투명하게, 대담하게… 성공 과녁 쏜 정의선의 ‘양궁 경영학’

백소용 2024. 8. 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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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하는 모든 걸 지원해 주는 정의선 양궁협회장."

파리 올림픽 기간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정의선 회장님"(임시현 선수), "정의선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김우진 선수) 등 선수들이 여러 차례 정 회장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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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양궁 신화 이끈 3대 리더십 주목
‘비인기’ 종목, 리스크 감내하며 비전 수립
선수들 공정 선발… 체계적 육성 시스템 구축
R&D기술, 훈련 장비 접목… 대회 찾아 소통
“대담·혁신·포용성… 경영학 교과서” 평가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하는 모든 걸 지원해 주는 정의선 양궁협회장.”

이번 파리 올림픽 3관왕에 오른 양궁의 김우진 선수가 최근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묻는 외신 기자들에게 내놓은 세 가지 비결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 선수와 협회 간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다른 종목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금메달리스트 임시현(왼쪽),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을 격려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제공
‘비인기’ 종목인 양궁의 협회장을 맡아 묵묵히 지원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기업 경영 방식을 양궁에 접목해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경영계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경영학의 교과서’라고 칭하며 역으로 기업 경영에도 폭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업계 평가를 종합하면 정 회장이 기업과 양궁에 적용한 리더십은 △대담성 △혁신성 △포용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대담성은 ‘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이라는 비전에 따라 리스크를 감내하며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한 그의 행보에서 확인됐다. 정 회장은 선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원칙을 계승, 발전시켰다. 또한 인재들을 미리 찾기 위해 2013년 초등부에 해당하는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와 훈련을 지원했다.

새로운 시각과 전략을 통해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혁신성도 눈에 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끝난 직후 정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양궁협회와 함께 기술 지원방안을 협의해 대회 때마다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들을 적용하며 양궁 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했다.

실전에서 겪을 상황을 미리 파악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훈련법을 도입한 것도 정 회장이 기업 경영에서 강조하는 ‘미리미리’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양궁경기에 심박수 중계가 시작되자 비접촉 방식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 한 예다.

정 회장이 선수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보여준 포용성은 조직 내 소속감 형성과 신뢰 구축에 큰 도움이 됐다. 정 회장은 주요 국제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했다. 파리 올림픽 기간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정의선 회장님”(임시현 선수), “정의선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김우진 선수) 등 선수들이 여러 차례 정 회장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울러 정 회장은 투명성·공정성 같은 기본적인 운영 원칙과 방향성은 제시하되 양궁협회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부여해 조직 전반의 신뢰를 구축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 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 대회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고 강조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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