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아파트와 중산층

이노성 기자 2024. 8. 19. 20: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나라 1호 아파트는 일제강점기 건축됐다.

1930년 일본 미쿠니 상사의 관사로 쓰인 서울 미쿠니 아파트가 효시다.

1958년 서울 성북동에 세워진 종암아파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세식 변기를 갖췄다.

1970년 서울 한강맨션아파트는 89~181㎡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호 아파트는 일제강점기 건축됐다. 1930년 일본 미쿠니 상사의 관사로 쓰인 서울 미쿠니 아파트가 효시다. 부산 1호인 남포동 청풍장 역시 1941년 조선도시경영회사의 일본인 사원 숙소로 사용됐다. 임시수도 부산 시절에는 정부 요인과 국회의원이 이용했다고 한다. 1958년 서울 성북동에 세워진 종암아파트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세식 변기를 갖췄다. 그때만 해도 화장실은 집 밖에 두던 시절이다. 낙성식에 참석한 이승만 대통령은 화장실과 침실의 동거를 보고 “현대적”이라고 감탄했다.


1960~70년대는 소형 아파트가 많이 보급됐다. 서울 인구가 500만 명을 돌파해 집이 부족해진 시기다. 정부는 강남과 한강 매립지를 개발해 택지를 공급했다. 철거된 빈민가에는 아파트가 섰다. 조세희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배경이 판잣집에서 쫓겨난 원주민 얘기다. 조정래는 소설 ‘비탈진 음지’에서 아파트를 괴이한 공간으로 묘사했다. “머리 위에서 불을 때고, 그 머리 위에서 또 불을 때고, 오줌똥을 싸고, 그 아래에서 밥을 먹고.”

중산층을 겨냥한 대단지 아파트도 본격 등장했다. 1970년 서울 한강맨션아파트는 89~181㎡ 중대형으로 구성됐다. 입주금을 선납하는 ‘선분양제’가 처음 적용됐는데도 많은 연예인이 입주해 유명세를 탔다.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은 누구나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심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주택 1954만 호 중 64.6%가 아파트다.

현대 사회에서 아파트는 욕망과 동의어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배경인 황궁아파트 현관문은 가진 자와 떠돌이를 구분 짓는 상징이다. 주인공은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다.

중산층 표준 주거모델인 아파트 구입이 갈수록 힘겹다. 집값이 상승세인 서울뿐만 아니라 미분양이 넘치는 부산에서도 3.3㎡당 평균 분양가가 2255만 원을 기록했다. 1년 새 186만 원 올랐다. 3.3㎡ 당 3000만 원이 넘는 고가 브랜드도 수두룩하다. 내년 분양하는 광안리해수욕장 옆 주상복합아파트는 3.3㎡당 4000만 원 돌파가 예상된다. 국민평형인 84㎡(전용면적) 기준으로 15억 원은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불과 10년 전 최고급 펜트하우스 가격과 맞먹는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영향이라 해도 입이 떡 벌어진다. 부모 찬스가 없는 청년은 내집 마련의 꿈조차 꾸기 힘든 세상이다. 분양가가 계속 치솟는다면 아파트가 부자의 전유물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중산층 진입의 꿈이 더 멀어지는 듯해 안타깝다.

이노성 논설위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