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한중 수교 32주년, 함께 가야 할 미래

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부산차이나비즈니스포럼 회장 2024. 8. 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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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부산차이나비즈니스포럼 회장

한중 양국이 함께한 수천 년의 역사에서 일시적으로 단절됐던 두 나라가 다시 수교를 맺은 것은 1992년 8월이었으니, 올해로 한중 수교 32주년이 된다. 수교 이후 두 나라는 세계화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면서 인적 물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한국인의 중국 방문은 마치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것보다 더 수월했다. 중국인 역시 한국의 주요 지역을 대규모로 방문하는 등 양국의 인적 교류는 단절된 기간의 응축된 욕구를 해소하려는 듯했다. 물적 교류도 중국이 한국의 제1의 교역대상국으로 우뚝 서면서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양국 간 획기적으로 증가하던 인적 물적 교류와 협력은 2016년 이른바 사드사태를 맞으면서 주춤하더니, 트럼프가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로 촉발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한중 두 나라의 경제교류와 협력이 빠른 속도로 위축돼 한중 관계는 가까운 이웃사촌에서 불편한 이웃으로 바뀌었다. 더욱이 2020년 발발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크게 감소하면서, 양국 간의 불편한 관계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계화의 이익을 향유한 두 나라가 이제는 반세계화의 덫에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환경 변화와 다르게 중국은 매년 초 국가적인 행사인 양회를 통해 당해연도 주요 정책의 내용과 특징을 공표하고 있다. 2024년 양회에서 제시된 올해 경제 정책의 기본 원칙은 ‘새로운 질적 생산력의 제고’이며, 이를 위한 정책 방향은 ①온중구진(穩中求進), 안정 속에서 성장 추구, ②이진촉온(以進促穩), 성장으로 안정추구, ③선립후파(先立後破), 먼저 세우고 낡은 것 타파로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혁신, 내수 확대에 중점을 둔 경기 운영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금년도 중국 정부의 10대 중점 업무로 대외 개방 확대, 중점 분야 리스크 완화 및 지역 균형발전 등이 제시돼 중국 경제정책 방향의 특징과 정책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대응해 경제의 개방화와 포용성을 강조하고, 한국이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지역 균형발전이 중점 업무에 포함됐으며, 중국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과 지방정부부채 등 금융리스크 완화 등이 새롭게 제시됐다. 또한, 지난 7월 개최된 중국공산당 20기 3중전회에서도 핵심 이념으로 ‘신품질 생산력’을 표방하고, 전면적 개혁과 과학기술을 통한 혁신을 강조함으로써 미중 갈등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글로벌 사회에서 중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중국의 강한 의지를 표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2021년 ‘쌍순환 전략’을 도입해 경제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확대를 추구하고 있으며, 로봇과 AI 등 미래 첨단산업을 위해 과학기술 R&D가속화 및 인력 양성체계의 구축, 그리고 2060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중 양국은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면 부산은 어떠한가?

새로운 부산을 위해 부산시는 연초부터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도권과의 격차 확대와 인구의 지속적 감소 등으로 소멸 위험 대상에 포함된 부산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 부산이 강점을 지니고 비교우위가 있는 물류와 금융산업이 최근 기회발전특구에 도입되면서, 부산이 비상을 위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한중 수교 32주년을 맞아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중국과 함께 가야 할 미래를 위한 선도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과연 부산이 함께 할 수 있을까?


먼저, 양국의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과 문화 체험 공간이 필요하다. 왜곡된 진실이 아니라 올바른 이해를 위해 한중문화교류센터가 부산에 설립돼야 한다. 이를 통해 미래세대 간 교류와 협력, 교육이 이뤄지면 다시 가까운 이웃사촌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부산이 남부권의 거점, 글로벌 허브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가칭 남부권 한중경제협력센터를 설치해 지역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중국의 여러 지역과 경제협력을 추진할 때 부산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그러면 부산은 노인과 바다의 도시에서 청년 벤처창업의 역동적인 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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