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모두를 위한 과학의 진화
1858년 8월 20일. 찰스 다윈이 알프레드 러셀 월라스와 함께 진화론을 ‘린네학회지’에 처음으로 활자화해 과학의 새로운 장을 연 날이다. ‘자연선택설’이라고 알려진 다윈의 진화론은 이듬해 ‘종의 기원’이라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알려졌고, 생명체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파격적인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이론은 생물학 발전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 문제를 통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발표된 이후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검증되고 발전하면서 ‘자연선택설’에서 ‘자연선택론’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 이는 진화론이 다윈의 시대에 머물지 않고 후대의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진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생명체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대 과학의 접근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닌, 인류와 지구 전체가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윈은 완벽한 과학자는 아니었다. 그의 이론이 과학적 혁신의 길을 열기는 했으나, 그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관점을 견지했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그는 유럽인과 비교해 새로 발견한 대륙의 원주민을 ‘미개인’으로 언급하고, 진화가 덜 된 존재로 묘사했다. 아구스틴 푸엔테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2021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사설에서 다윈의 통찰력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시대적 편견이 현대 과학의 기준으로는 불명예스럽고 위험한 요소였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다윈의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화론은 이후 학자들에 의해 생물학의 중요한 이론들로 확립되고 축적돼 나가고 있다. 이는 과학이 시대의 편견을 극복하고 어떻게 진화해 나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지구촌의 공통적인 아젠다인 기후변화 문제도 이러한 연속적인 연구와 발전을 통해 해답을 모색해야 한다.
올해 부산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래 최장의 열대야를 기록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를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놀랍게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계의 경고는 이미 1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0년대에 이미 존 틴달은 당시 탄산이라 불리던 이산화탄소가 열복사선을 흡수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그로부터 몇십 년 후인 1896년,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산업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경고하며 ‘지상의 온도에 따른 공기 중 탄산의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는 오늘날 기후변화의 과학적 이해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의견은 크게 나뉘고 있다. 이는 과학에 대한 신뢰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 대학이 주도하고 세계 68개국이 참여한 연구에 따르면,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조사 대상 7만여 명 중 대다수가 국적을 불문하고 과학을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이 결과를 다룬 올해 초 저명 학술지 네이처의 사설은 대다수가 과학을 신뢰한다 하더라도 소수의 강성 이익 집단에 의해 과학적 근거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실제로 옥스퍼드 하버드 브리스톨 대학 연구진들의 공동연구 결과 이와 같은 우려는 확인됐다.
과학의 진화는 과거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연속적인 과정이다. 다윈의 진화이론이 발표된 지 166년이 지난 오늘도 학자들은 이어달리기를 하듯 검증하고, 확인하고, 수정해 가면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과학은 과거 연구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발전해 간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문제 또한 이전 세대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이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해결책을 모색해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 소수 강성의 편견에 흔들리지 않고 논리적 기반과 근거 위에 지속가능하게 발전해야 모두를 위한 과학이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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