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떨어진 이해력·기억력…망가진 콩팥 때문이라고요?

만성콩팥병, 글림프 시스템 망쳐

- 말초신경병·하지불안증후군 등
- 여러가지 신경학적 합병증 유발
- 고령 말기신부전 환자 30∼55%
- 인지 기능 저하 증세 보이기도
- 금연·체중감량 등 노력 기울여야

우리 몸의 신체기관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신체의 한 부분이 나빠지면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콩팥병과 뇌질환에도 적용된다. 이해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인지기능 장애나 손발이 저린 말초신경병증, 다리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하지불안증후군과 같은 신경계 합병증도 말기 콩팥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허창민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왜 다양한 신경계 합병증이 생기고, 특히 이해력이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까. 요독물질을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요독물질은 콩팥을 통해 제거되는데,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배출되지 못한 채 몸에 쌓인다. 요독물질은 인지 기능 저하, 요독성 뇌증, 우울증, 말초신경병증, 하지불안증후군, 수면장애 등 신경계 합병증을 유발한다. 이 중 인지 기능 저하는 75세 이상 말기신부전 환자에서 30∼55%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학적 합병증의 발생에는 요독물질 외에도 만성콩팥병으로 말미암은 심혈관계 이상, 대사 이상, 빈혈, 만성 염증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허창민 교수는 “신경학적 합병증을 일으키는 기전으로 최근 활발히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는 글림프 시스템이다. 글림프 시스템에 대한 개념이 등장한 것은 불과 10년 남짓이지만,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에서 그 연관성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글림프 시스템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이 특정 경로를 따라 뇌 조직에 쌓인 노폐물과 신경독소를 운반해 제거하는 시스템이다.

해운대백병원은 신장내과와 신경과의 공동연구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글림프 시스템 변화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말기 신부전 환자 49명과 만성콩팥병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말기 신부전 및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글림프 시스템의 기능 저하가 확연함을 알아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글림프 시스템 기능 저하가 신경학적 합병증을 유발하는 기전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허창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신경합병증 가운데 간과되는 하나는 수면장애이다. 불면증은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요독증, 약물, 기분장애, 투석 중 낮잠을 자주 자는 것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수면장애는 원인 교정, 대증 약물 치료, 인지 행동 치료 등을 통해서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생활습관도 바꿔야 한다. 첫째는 금연이다. 둘째, 뚱뚱한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체중을 줄여야 한다. 이는 심장·대사의 상태 개선과 혈압 조절, 알부민뇨 호전, 콩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것과 연관 있다. 셋째, 식이 단백질의 제한은 사구체 내 압력을 낮춰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넷째,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 혈압을 낮추고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부종과 알부민뇨를 줄일 수 있다. 다섯째, 중간 강도의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공놀이, 청소 등을 매주 2시간3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