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구속과 카카오 제국의 혼란 [김현아의 IT세상읽기]
8개월 만에 김범수 구속으로 빛 바랜 쇄신 노력
임원 진술 번복이 구속 사유..인사 실패 해석
개인정보 이슈 리스크로..9년만에 무죄 SKT 배워라
시스템 재정비, 눈과 귀 열어야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 7일, 카카오(035720)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을 다룬 기사에서 “기술 재벌의 체포가 한국의 핀테크와 AI 야망을 꺾다”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FT는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된 이유로 △ 탈권위를 주장했지만 기존 재벌의 잘못된 사업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 △ 디지털 플랫폼의 혁신 아이콘으로서 대중의 신뢰를 잃게 만든 C레벨들의 도덕적 해이 △ 좌파와의 결탁이라는 집권 세력의 인식 등을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대학교수와 김범수 위원장의 지인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FT는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을 처분해야 할 것이며,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서 임원들이 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외신도 카카오 창업자의 구속을 대한민국 디지털 산업 역사에 큰 충격을 준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삼성전자에 이어 소액주주가 두 번째로 많은 국민 기업이며, 네이버와 함께 대한민국 디지털 기술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카오의 주가는 2021년 최고가 17만 3000원에서 19일 현재 3만 6650원으로 급락했습니다. 현재 주가는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범수 창업자 역시 위기를 절감하며 지난해 11월 경영쇄신위원장으로 복귀하면서 큰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8개월 만에 SM엔터 주가조작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그의 쇄신 노력은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신뢰하던 임원의 진술 번복…인사 실패
김범수 창업자는 인수 과정에서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SM엔터의 주가를 조정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신뢰하던 임원의 진술 번복이 구속에 결정적인 근거가 됐습니다.
“브라이언(김범수)도 컨펌했다”는 그의 진술이 다른 임원들의 진술과 다르며,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의 ‘23년 2월 10일 ‘SM 지분을 추가로 매수하지 말고 사업 협력을 유지하자’, 2월 15일 ‘경영권 분쟁 상황으로 비춰질 모든 대응 방안에 반대하고, 하이브와 협상에 주력하자’는 등의 사실관계와도 차이가 있지만,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된 결정적인 이유로 전해집니다.
김범수 창업자에게 “사람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김범수 창업자는 업계에서 타인과의 갈등을 싫어하는 평온주의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경영진과의 소통이 부족하고, 인사 관리에서도 실패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IT 업계 관계자는 “사장급 레벨에서도 김 창업자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경우가 많고, 김 창업자가 경영진이 모여 있는 단체방에서도 자주 슬그머니 빠진다고 한다”고 전합니다. 심지어 카카오톡의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김 창업자가 가장 잘 활용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카카오는 계열사가 169개로,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비핵심 사업 정리를 예고했으니, 총수가 구속된 하반기에 안팎에서 더 큰 혼란이 생길 우려도 있습니다.
사건·사고 수습하며 시스템 정비해야
여기에 지난주부터 카카오페이의 개인정보 보호 이슈가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알리페이에 정보를 제공한 것이 신용정보법상 정상적인 처리 위탁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를 ‘제3자 제공’으로 보고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진실은 수년 후 법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여, 카카오는 이 문제를 단합된 힘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사한 사례로는 SK텔레콤의 ‘전자처방전 서비스’가 있습니다. 이 서비스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커다란 논란에 휘말렸으나, 대법원에서 9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SK텔레콤은 법정 공방 중에도 ‘에이닷’의 아이폰 통화 녹음 등 신사업을 추진하며 법무팀의 자문을 받아 정보보호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했습니다.
카카오 역시 과거의 논란을 교훈 삼아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사건·사고를 수습하며 시스템을 정비해 온 과정을 카카오도 차분히 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카카오는 겨우 14년 된 회사이기 때문에 늦지 않았습니다.
김범수 창업자는 비록 구속 상태이지만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인사 실패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 깊게 경영에 임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카카오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오너 리스크와 정부 규제 리스크를 차츰 해결할 것이며, 국민기업으로서의 명성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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