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재난 ‘폭염’…“맞춤 대책 필요”

김영록 2024. 8. 1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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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태풍이나 지진 등과 달리 폭염은 눈에 보이지 않아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재난입니다.

단순한 기온 외에도 지역별, 또 주거 형태나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폭염에 노출될 수 있는데요.

이를 고려하지 않은 현재의 폭염 대책으론 피해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주택들.

얇은 콘크리트 벽에 단열도 제대로 되지 않아 홀몸 노인은 집에 있어도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주민/음성변조 : "집은 덥지 침대에 누워 있으면 땀이 줄줄 나지. 혼자 사는 사람도 많아요."]

해안가에 위치한 이 지역에는 무더위 쉼터가 단 네 곳뿐.

요즘 같은 기록적인 폭염을 피하기엔 부족합니다.

부산연구원은 기온이나 열지수 같은 폭염 강도, 홀몸 노인 등 취약계층 분포, 무더위 쉼터 등 폭염 지원 상황을 토대로 폭염 취약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부산 206개 동 가운데 82개 동이 '폭염 취약 지역'입니다.

이처럼 지역별로 폭염에 취약한 이유와 폭염 정도는 제각각인데 자치단체마다 대책은 비슷합니다.

[○○구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구만 독특한 건 지금 계획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행안부에서 종합대책 세우고요. 그걸 기준으로 해서…."]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속, 온열질환 등 피해를 막기 위해선 '핀셋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폭염 피해가 큰 곳은 '방재 지구'의 하나인 '폭염 개선 지구'로 지정하는 것을 논의할 시점입니다.

[김기욱/부산연구원 연구위원 : "개선 사업이나 이런 거에 국비 지원을 받거나 좀 우선적으로 받는다든가 이런 부분들이 있을 수 있고. 또 사실 지정을 했기 때문에 좀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되는 그런 의무들도 지자체에 생기고…."]

국토교통부는 '도시군 기본계획' 지침을 개정해 각 지자체가 도시기본계획을 세울 때 폭염 취약지를 조사하고, 방재 대책도 마련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한우석/국토연구원 연구위원 : "주택이라든지 도시 차원에서의 재해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서…. 도시군 기본계획 수립 지침을 그에 따라서 개선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부산시는 지난해 이미 5년치 도시기본계획을 세워 강화된 지침에 맞춘 폭염 대책은 4년 뒤에나 가능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재난 '폭염'.

피해 현황과 분석, 또 방재 시스템 구축 등 보다 면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윤동욱/영상편집:이동훈/그래픽:조양성

[앵커]

KBS는 여섯 차례에 걸쳐 재난이 된 '폭염'의 실태와 대책 등을 짚어봤습니다.

폭염 기획 취재한 김영록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낮 기온이 37도에 육박하고, 120년 만에 최장 열대야까지, 올해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폭염도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난'으로 분류돼 있죠?

[기자]

먼저, 저희가 폭염 기획을 준비하면서 책 한 권의 영향이 컸습니다.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이 쓴 '폭염살인'이란 책인데요.

제목이 너무 극단적인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폭염도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란 거죠.

우리나라에서 '폭염'을 재난으로 지정한 건 2018년부터입니다.

2018년도 당시 전국 온열질환자 수가 평년보다 4배 가까이 폭증하면서 폭염을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 재난'으로 분류하게 된 겁니다.

그 때 부산에서도 2백 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재난 취약계층이 역시나 폭염에도 더 노출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이 때문에 폭염은 단순히 기온이 높아서, 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인식하는 변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 벌써 100명에 가까운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부산에선 한 공사 현장에서 60대 작업자가 열사병 추정으로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앞서 보도도 그렇고 여러 분야의 대책을 쭉 짚어봤는데, 지금까지 어떤 대책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2018년 기록적 폭염 이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연구와 원인 분석, 대책 마련 등이 시작됐는데요.

아직까지는 폭염 대책에 한계점이 뚜렷해 보입니다.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해 도시숲을 만들고 있지만, 재산권 문제 등으로 국공유지에만 조성하고 있습니다.

폭염 취약계층이 접근할 수 있는 무더위 쉼터도 늘리고 있지만, 대부분 경로당에 설치해 회원이 아닌 경우에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폭염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재난 도우미'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재난 도우미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응 지침이나 체계적인 교육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려면 우선 폭염의 현황과 특징, 원인 등을 다각도로 살펴보는게 가장 중요하겠죠?

2020년 부산연구원 조사에서도 의미 있는 내용이 나왔다고요?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지역별 폭염 취약 요인에 따른 맞춤형 대책이 필요합니다.

2020년 부산연구원이 지역별로 폭염 취약성을 분석해 봤는데요.

북구나 강서구는 폭염 일수 자체가 길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사상구나 영도구, 중구와 서구 등에는 홀몸노인 등 폭염에 특히 취약한 계층이 많았습니다.

강서구나 금정구, 수영구 등은 무더위쉼터 수용 능력 등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연구에서는 무더위쉼터 확충처럼 구·군별, 읍·면·동별 폭염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폭염을 방재지구로 지정하는 등 단순히 지자체를 넘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일단 탄소중립 처럼 폭염자체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보통 풍수해나 산사태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지정하고 있는 방재지구에 이른바 '폭염개선지구'를 추가로 지정해 관리해볼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폭염 취약 지역이나 계층에 대한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국비 지원도 받고, 폭염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폭염 대책은 기상청이 폭염특보를 발령하고, 행정안전부가 폭염상황관리를 하는 이원화된 체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좀 더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관리체계를 일원화해 상황판단과 대응 정책 결정의 연속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김영록 기자 (kiyur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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