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노동환경 개선” 환영한다 [왜냐면]

한겨레 2024. 8. 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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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삼성전자는 10만명이 넘는 임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다각적인 안전·보건 강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총파업을 벌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8인치 라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무거운 박스를 나르느라 손가락이 변형되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한겨레 7월16일치 8면). 필자는 7월30일치 한겨레에 실은 기고문 ''애니콜' 불태우듯 위험관리 실패한 작업환경 폐기해야'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사쪽의 소극적인 태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는 법 규정의 준수를 넘어서 세계 일류기업에 걸맞은 조치를 주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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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파업 홍보 행사’가 열리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제공

임영섭 |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공동대표

지난 8일 삼성전자는 10만명이 넘는 임직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다각적인 안전·보건 강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기 기흥 사업장의 6인치 라인 내 웨이퍼(반도체 생산을 위한 원판) 박스 물류 작업을 자동화하고, 웨이퍼 박스를 가볍고 잡기 편하게 만들어 작업자가 힘을 덜 들이고 안전하게 옮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지난달 총파업을 벌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8인치 라인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무거운 박스를 나르느라 손가락이 변형되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한겨레 7월16일치 8면). 필자는 7월30일치 한겨레에 실은 기고문 ‘‘애니콜’ 불태우듯 위험관리 실패한 작업환경 폐기해야’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작업환경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항변하는 사쪽의 소극적인 태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는 법 규정의 준수를 넘어서 세계 일류기업에 걸맞은 조치를 주문했었다. 이후 나온 삼성전자의 안전·보건 강화 방안은 몇 가지 면에서 시사적이다.

첫째, 사업주가 주도하여 시행한 실질적인 안전·보건관리 조치다. 사업주가 지켜야 할 사항을 법으로 정하고 단속하는 데 중점을 두면 사업주는 단속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조치에 몰두하게 되고, 사고가 나면 우리는 규정을 지켰으니 규정을 만들고 단속을 한 정부의 책임이라고 발뺌하기 일쑤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 내용은 법령에 규정되어 있거나 정부가 지시한 사항이 아니다. 자발적이기에 작업장의 구체적 실태를 반영한 실질적인 조치가 나올 수 있었다.

둘째, ‘위험을 생산하는 자가 위험을 통제하는 최적의 위치에 있다’는 기본원칙의 실현이다. 웨이퍼 박스의 물류 작업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노동자가 제기하고 사업주가 적절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산업안전·보건은 노사의 이익이 합치하는 분야다.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사가 협력하면 산업재해를 줄이는 실효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셋째, 사업장의 규모와 특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이다. 작업 라인의 자동화는 중소기업의 소량 생산 사업장에서는 구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영국 산업안전보건법을 관통하는 의무의 준수 기준은 ‘합리적으로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치’다. 이번 개선 방안은 삼성전자의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실현 가능한 조치로 보인다.

기업의 안전에 대한 투자는 머지않아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국내외의 연구는 수없이 많다. 사고를 줄여 사고처리에 드는 비용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기업의 이미지 개선, 생산성 향상, 노동 손실 감소, 노사관계 개선의 효과를 초래한다. 유럽 산업안전보건청이 2014년 발표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사업장의 85%가 4년 안에 투자비용을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인 기대 수준의 향상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경영책임자의 인식이 개선된 결과, 자율 안전관리가 태동하고 있다. 법령이 정하는 기준을 넘어 위험한 상황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강화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폭염 속에서 온열 질환을 막기 위한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놓는 기업이 많아졌다. 앞서가는 기업이 보여주는 본보기는 파급력이 크다. 삼성전자의 대응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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