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사회 기반으로 기후정의 실현해야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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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후위기'와 '여성'을 함께 놓고 보면, 가장 먼저 여성의 취약성을 떠올린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 전반에서 빠져 있는 젠더 관점, 여성의 경험을 대변하지 못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성차별적인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기후정의 운동에서 성평등을 우선시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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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연속 기고 ②
사라(서연화) | 여성환경연대 활동가
흔히 ‘기후위기’와 ‘여성’을 함께 놓고 보면, 가장 먼저 여성의 취약성을 떠올린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에서 여성은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식량난, 자원 접근성, 재난 대응 등에서 취약하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여성이 취약성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한국에서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구조적 폭력을 말하고, 기후위기와 젠더가 연결되는 실질적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여성환경연대를 포함한 11개 여성·청년·성소수자·동물권 단체들이 모였다.
한국의 기후위기와 젠더가 교차하는 지점을 다른 해외의 사례가 아니라 지금 국내 상황에서 출발하여 성평등한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대안을 요구하기 위해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과 10대 요구안을 마련했다. 11개 단체가 모여 공통의 문제의식과 토대를 합의하고 앞으로의 지향점을 논의하며 선언문을 작성했고, 구체적인 의제 10가지로 요구안을 작성했다. 성·재생산권, 여성 농민, 청년 주거, 종 차별 등의 의제를 기후위기와 젠더 관점에서 의제화하고, 돌봄 노동, 정의로운 전환 등 여성의 노동권에 관한 대응책 촉구, 기후위기 대응 전반과 의사결정권 등 정책 과정에서의 다양성 확보, 그리고 대안으로써 ‘탈성장 돌봄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지향점을 마련했다.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이 만들어낸 의의를 살펴보자면, 가장 먼저 한국의 페미니스트가 진단하는 기후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의제화해 기후정의 운동에서 젠더, 여성운동에서 기후정의의 개입 지점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은 여성만의 의견을 대변한 것이 아닌,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출발해 주류에 포함되지 못한 비주류의, 경계선에 놓인 이들의 목소리를 기후정의 운동에 반영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그리고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선언 이후 1년이 지났다. 아쉽지만 1년 동안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여전히 여성의 정치적 의사결정권은 더욱 하락하고 있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서 성별을 고려한 데이터를 만드는 것도, 성별을 고려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부재한 상황이다. 또한 더욱 견고해지는 성장 중심의 사회구조 앞에서 돌봄 중심의 사회 전환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기후위기 앞에서 긴급하지 않은 주제가 없겠지만, 성평등은 죽고 사는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아서인지 기후위기 대응 과제 중 우선순위에 들지 못한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변화의 씨앗을 심기 위함이다. 기후정의에서 ‘젠더 정의’를 외치는 것은 긴급한 기후정의 운동 속에서 느리지만 진득하고 끈기 있게 버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여성환경연대의 슬로건인 “기후정의는 젠더 정의”는 성차별적 구조에서 기후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기후위기 대응 정책 전반에서 빠져 있는 젠더 관점, 여성의 경험을 대변하지 못하는 의사결정 구조와 성차별적인 사회가 변하지 않는 이상, 기후정의 운동에서 성평등을 우선시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유효할 것이다.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확실한 미래를 앞둔 지금 우리의 과제는 기후위기와 성불평등의 악화를 막아내는 것, 그리고 성평등한 사회를 기반으로 기후정의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에서도 진득하고 끈기있게 “기후정의는 젠더 정의”를 외칠 것이다. 9월7일 기후정의행진에서 만나자. 성평등한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외침이 끊이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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