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은 도시에서 작은 서점이 사는 법 [왜냐면]

한겨레 2024. 8. 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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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거리에서 수십만 마리의 말이 사라지고,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한다.

작은 도시에 짐을 풀고는 아이와 함께 서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소도시의 서점들은 어떨까.

독일 작은 도시에서도 작은 서점이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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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현 | ‘해외생활들’ 저자

20세기 초 거리에서 수십만 마리의 말이 사라지고,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한다.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종이책이 사라지고, 전자책이 대체한다고 한다. 곳곳의 마구간이 사라졌듯이, 종이책을 파는 서점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2021년 1월 경기 김포에서 작은 서점을 열었다. 코로나 팬데믹에 적자가 뻔히 보이는 서점을 열겠다 했을 때, 가족들은 한사코 말렸다. 2022년 12월까지 꽉 채워 24개월 동안 매일 서점의 문을 열고 닫았다. 책을 팔아 성공하진 않았지만, 빚을 진 건 아니니 스스로 그만하면 성공이라 위안 삼고 있다.

2023년 봄 독일로 이민을 왔다. 십여년 전, 베를린에서 공부했고 슈투트가르트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한국에서 낳은 아이를 데리고 이번에는 작은 도시에 짐을 풀었다. 대도시의 편리성보다 소도시의 안락함을 선택했다. 난민 문제에서 외국인 혐오까지 이어지는 독일의 정세에 아이의 안전함을 고려해야만 했다. 작은 도시에 짐을 풀고는 아이와 함께 서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찾아다니지 않아도 눈에 띌 정도로 곳곳에 서점이 많았다.

김포에서 서점을 운영할 때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책방을 꾸려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보통 서점 운영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사곤 했다. 이를테면, 유럽에서 유명한 서점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비법에 관한 책들이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오스트리아 빈 등의 서점들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다녀가기도 하고, 유명해지니 더 유명해진다. 유럽 여행객에게 대도시의 서점은 포토존이 된다. 여행 작가에게 대형 서점 방문은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 사진과 글들은 또 다른 여행객들을 이끈다.

소도시의 서점들은 어떨까. 소도시에도 오래된 서점들이 있다. 유명인이 다녀가지 않았어도 지역 주민에게 더 유명한 서점이 존재한다. 아침에 빵을 사러 마트에 들르듯 서점에는 신문을 사러, 잡지를 사러, 손녀와 읽을 그림책을 사러 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의 읽기에 집중하기도 한다. 유치원에 가지 않은 아이와 그런 아이를 돌보느라 급하게 휴가를 낸 아빠도 있고, 아침 일찍부터 데이트하는 젊은 커플도 있다. 계산대에서는 서로의 휴가 계획을 얘기하는 점원과 손님이 있고, 계산을 기다리던 뒤 손님은 맞장구치기도 한다. 작은 도시의 작은 서점은 그들의 존재로 살아남았는지도 모른다.

전자책에 의한 종이책의 위기를 논하는 글을 종종 마주한다.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허나 절망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 종이책을 여전히 애정 하는 사람이지만, 텍스트를 보는 도구의 변화일 뿐, 텍스트가 사라지는 건 아니니 말이다. 환경 문제를 생각한다면, 종이 사용을 줄이는 일도 도움이 될 거라 본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전자책을 두려워한 적은 없다. 줄어드는 독자를 두려워했을 뿐이다. 책을 읽는 이들이 서 있어야 할 곳이 필요하다. 언제든 찾아가 글을 들고 읽어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서점의 역할이다. 정확히는 지역 서점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작은 도시에서 작은 서점이 살아남아 오늘도 숨을 쉬는 이유는, 그 안에서 함께 숨 쉬고 있는 지역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물자를 운반하던 말이 사라지자, 마구간도 함께 사라졌다. 말을 대신하는 자동차를 우리는 탓하지 않는다. 전자책이 들어와서 종이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사라질까. 우리는 전자책을 탓할 이유가 없다. 서점은 우리가 찾아가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독일 작은 도시에서도 작은 서점이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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