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하면 경기가 살까 부동산만 살까 [마켓톡톡]
7월 금통위서 부동산 급등 언급
부동산이 금리인하 효과 상쇄하나
기준금리 그대론데 주담대 금리 ↓
한국은행이 22일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정부가 한은에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이유는 우리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가 과연 침체일로에 접어든 경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서울 고가 아파트에서 시작된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이 진정되지 않아서다.
시중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만 들어가면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상쇄된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지난 7월 11일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이 "수출 증가로 유입된 자금이 설비투자, 민간소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다"고 지적한 부분이 나온다.
금리 인하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실물경기를 자극할까.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이 시중은행과의 환매조건부채권(RP·금융기관이 일정기간이 지난 후 확정금리를 보태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하는 채권)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를 내린다는 말이다.
그러면 은행간 단기 거래에 적용되는 콜금리가 낮아지고, 단기금리가 하락한다. 장·단기 금리차가 자연스럽게 확대하면서 장기금리도 시간을 두고 떨어진다. 은행들은 여·수신 금리를 내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투자자금 조달비용이 줄어든 기업은 투자를 늘린다. 가계도 금리 이점이 적어진 저축보다는 소비를 더 늘린다. 그렇게 내수 경기가 다시 활기를 띤다.
현재 우리 경기는 침체에 한발을 내디딘 상황이다. 우리나라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2% 축소됐다. 소비 지표인 2분기 소매판매가 9개 분기 연속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국내기계수주 등 민간 투자 지표도 하향세다.
설비투자 증감률은 4월 0.4%, 5월 -1.5%, 6월 -2.7%, 국내기계수주 증감률은 4월 -8,0%, 5월 5.7%, 6월 -3.8%였다. 토목 공사 수주가 늘어나면서 건설수주는 같은 기간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전미경제연구소(NBER)는 GDP가 2분기 연속 축소되면 경기침체로 정의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학술적 의미의 '침체' 앞에 서있단 거다.
그런데 부동산시장이 시중자금을 계속 흡수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 효과에 의문이 있다는 뜻이다. 금통위 한 위원은 "가격 수준이 높은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이 전체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7월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6% 상승했다. 55개월 만에 가장 큰폭의 상승률이다. 이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를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란 점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이미 포함되면서 주담대 평균금리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최근 관치 논란이 있을 정도로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시중 주담대 금리가 여러 차례 인상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이후 변동이 없는데, 2023년 1월 4.58%였던 주담대 가중평균금리는 올해 1월 3.99%로 떨어지고, 6월에는 3.71%까지 내려왔다. 일부 시중은행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 6월 2.9%대까지 하락했다.
정부는 시행 시기가 연기되면서 논란이 됐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9월 도입해 가계대출을 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 0.35%를 부여한데 이어 9월부터 0.75%의 가산금리를 더 부과한다. DSR 2단계가 적용되면 주담대 한도는 3~9%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정부가 오는 2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내놓을 대책에 주목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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