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서 해결사로 낙점…백화점 위기돌파가 내숙명”
명품 이탈·VIP 감소 위기 맞아
홍대점 성공 방정식 전파할 것
지역 밀착 쇼핑몰로 승부 걸어
저조한 실적 개선은 갈길 멀어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들어서면서 핵심 점포인 분당점이 먼저 휘청였다. 명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VIP가 감소하면서 기초 체력이 약해졌을 때 코로나19라는 외부 악재까지 겹쳤다. 유통군(에이케이플라자·수원역사·마포애경타운)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88억원, 134억원 영업손실을 내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고준 AK플라자 대표(51·사진)가 취임하며 맞았던 상황이다.
최근 경기 성남시 서현빌딩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난 고 대표는 2년 8개월 전 수장을 맡게 된 상황을 이처럼 회고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당시 AK홀딩스 전략담당 전무를 맡으며 그룹 내 ‘전략통’으로 불리던 그를 구원투수로 발탁했다. 고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 특유의 데이터 경영으로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않겠냐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술회했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2018년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에 입사, 경영전략을 총괄했다.
고 대표가 생애 첫 대표를 맡게 되면서 착수했던 것은 ‘우리의 진짜 고객은 누구인지’ 데이터로 분석하는 일이었다. 그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게 홍대점이었다. 고 대표는 “주변에 다른 곳은 잘되는데, 왜 우리 홍대점만 비어있을까 생각하니 주 고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생각에 도달했다”고 했다. 데이터를 보니 유동 인구의 대부분이 VIP가 아니라 즐기러 온 10~20대였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5층을 키덜트 전문 특화층으로 강화해나갔다. 국내 유일 원피스 애니메이션 전문점 ‘플레이원피스’, 중고 피규어 판매점 ‘리펀샵’, 게이머 라이프스타일 전문숍 ‘슈퍼플레이’, 굿즈 랜덤구매숍 ‘제일복권샵’ 등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유명한 가게를 꾸렸다. 애니메이션 굿즈 전문숍인 ‘애니메이트’도 새로 들여왔다. 4층에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 등 애니메이션 박물관을 운영했다. 2019년 340억원이던 점포 매출은 지난해 700억원으로 4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홍대점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30%가 늘었다. 홍대점은 애니 ‘덕후’의 성지이자 외국인 필수관광 코스가 됐다.
고 대표는 지역 고객의 성격에 맞는 밀착형 매장을 만드는 것이 돌파구라고 생각했다. 명품이 빠져나간 분당점은 올드 베드타운이라는 지역 성격에 맞는 리뉴얼로 돌파구를 찾았다. 백화점 2층의 빈자리를 고전적인 국내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로 다시 메꿨다. 앙드레김, 지춘희, 이상봉, 김현주, 디루치아나 등 과거 백화점을 주름잡았던 브랜드를 다시 불러 모았다. 그는 “분당 지역의 주 고객으로 60~70대가 많다는 데이터를 확인했다”며 “그분들에게 맞는 사이즈를 제공해줄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유통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수원 지역의 유통 3사의 대결에선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수원점은 올해 신세계의 수원 스타필드, 롯데의 타임빌라스가 잇달아 개장했음에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수원점은 지난해 연 매출 5200억을 기록한 AK플라자의 최고 매출 점포다.
고 대표는 그 비결로 ‘물판’ 중심의 전략을 꼽았다. 그는 “스타필드와 타임빌라스가 즐기기 위한 화려한 체험형 소비를 강조한다면 AK플라자는 백화점의 본질인 물판에 집중해 다양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걸 목표로 했다”고 전했다. 지역 고객의 실속 있는 소비를 잡았다는 게 그의 해석이다.
고 대표는 2022년 AK플라자 유통군 합산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 대표는 “홍대점 같은 지역 밀착형 쇼핑몰의 성공 방정식을 다른 점포에 적용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면서 “그룹과 공조도 강화해 자금 조달을 받아 AK플라자의 위기를 타개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준 대표 △1973년생 △휘문고 △연세대 화학공학과 △카이스트 화학공학 석사 △2001년 베인앤드컴퍼니 입사 △2011년 (주)효성 조직관리팀장 △2018년 AK홀딩스 인사팀장 兼 경영개선팀장 △2021년 AK플라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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