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포럼]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명언이다. 어떠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지금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대표할 수 있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하지만 요즘 필자의 모습은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공짜 점심만을 바라는 모습이다.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주가가 오르길' 기도하면서 빨간색 파란색 주식 차트만 바라보고 있다. 매주 일확천금의 부푼 꿈을 가지고 당첨되지 않는 로또 영수증만 쌓아가고 있으며, 흔히 '줍줍'이라는 시세 차익이 큰 로또 청약에 매번 도전한다. 당연히도 그런 크나큰 행운은 필자에게 찾아온 적이 없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누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등 비슷한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오고, 그럴 때면 세상이 참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노력 없는 대가, 공짜 점심을 바라는 필자의 모습이 오히려 가장 불합리한 모습이 아닐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삶에서 배운 많은 것 중 하나는 노력 없는 대가는 없으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투자한 시간과 노력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하는 합리적인 사회 작동 방식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매일 같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고 있으며, 졸업 이후에는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또다시 공부하고 스펙 쌓기에 전념한다. 취직 이후에는 더 높은 연봉과 지위를 얻기 위해 직장 상사의 쓴소리에도 꿋꿋이 버티며 일한다. 그리고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아끼고 절약하며 이미 가늘어진 허리를 더욱더 졸라맨다.
그렇게 수십년의 시간과 노력으로 쌓아 올린 사회적 지위와 남들보다 나아진 삶에 흡족해하며, 역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뇐다. 그리고 내가 이루어 낸 모든 것들이 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자부한다. 때론 나만큼 이루지 못한 이들을 보며, 노력하지 않은 탓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로또 당첨과 같은 공짜 점심을 보면, 아무런 노력 없이 얻어낸 단순한 행운이며, 이런 것들은 세상 불합리한 이득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반문해 보고 싶다. 내가 이루어 낸 성과는 정말 내가 노력해서 이룬 것이며, 나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합리적으로 지불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그의 또 다른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우리가 정말 노력해서 얻어진 성과와 능력주의 사회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우리의 성공과 실패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그중에서도 분명 '운'의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던 환경,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기회, 삶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성공할 수 있었던 인생의 순간들, 이러한 것들은 나의 노력과는 별개의 것이라 할 수 있다.
누구는 이런 변수조차 나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나의 결정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없었던 요소, 즉 출생과 성별, 신체와 같은 불가항력적 결정 요소들은 어떤가. 우리가 성장해 왔던 과정에서 '운'이라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기에 우리가 기울였던 많은 노력이 성공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연히 주어진 좋은 기회와 환경이 없었더라면 노력에 대한 보상은 미천한 보상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온전히 노력으로 이루어 냈다고 자부했던 많은 것들이 어쩌면 수많은 공짜 점심으로 이루어 낸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나의 눈에 포착된 다른 이의 공짜 점심을 불합리한 이득이라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자유시장 경제 속에서 공짜 점심은 허용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차지한 이 자리와 성취는 어쩌면 공짜로 얻어진 행운의 총체적 결과물이 아닐까. 그러면 현재 주어진 삶에 조금은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다. 박근엽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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