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은행 또 `궁여지책` 대출금리 줄인상

주형연 2024. 8. 1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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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주담대 금리 0.3%p 올려
스트레스 2단계 시행 전 쏠림
정부가 대출 수요심리만 자극
"금리 올려도 가계부채 못 잡아"
[연합뉴스]

은행들의 '금리인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막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계대출은 8월 들어 2주 만에 4조원이 급증했다.

은행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지만,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행되기 전까지 막판 쏠림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대출 수요심리만 자극했다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을 잡는 것은 더이상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20일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금리를 최대 0.3%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주담대(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KB일반부동산담보대출) 금리는 0.30%p 오르고 전세자금대출(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도 보증기관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0.20%p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약 한 달 보름 사이 다섯 차례나 대출 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 0.13%p, 0.2%p 인상했고 29일부터는 갈아타기(대환)·다주택자 주담대까지 제한했다. 지난 2일에도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p 상향 조정했다. 지난 7일에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0.1%p 추가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이르면 오는 21일 주담대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3년물 이하 금융채 금리를 지표로 삼는 대출상품의 금리를 0.05%p 올린다. 1년물 대출상품의 경우 인상 폭이 0.1%p로 더 크다. 이번에 금리를 올리면 한 달새 6번이나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 지난달 15일, 22일 은행채 3년·5년물 기준 금리를 0.05%p씩 높인 신한은행은 29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p 인상했다. 이달 7일과 16일에도 주담대 금리를 각 최대 0.3%p, 0.5%p 올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안정을 위해 금리를 소폭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며 "이번 조정은 주로 3년물 이하 상품의 금리와 관련된 것으로, 금융채 5년물 이상의 비중이 큰 주담대 고정금리 주기형 상품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도 오는 22일부터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의 감면 금리를 0.6%p, 하나원큐전세대출의 감면 금리를 0.2%p 각각 축소 조정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주담대 갈아타기와 전세대출 갈아타기 전 상품의 감면 금리도 0.1%p 축소 조정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1일 주담대 금리를 최대 0.2%p 인상한 후 이번이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우리은행이 5번, NH농협은행이 2차례 인상 계획을 밝힌 것을 포함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20차례에 걸쳐 주담대 금리를 높였다.

은행권이 잇달아 대출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도 가계대출 급증세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719조9178억원으로 이달 들어 4조1795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3조2407억원 증가했고 신용대출 잔액도 9429억원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더이상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배만 불리는 격이라며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DSR 2단계 시행을 연기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2단계 시행이 연기된 후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집값이 오르니 은행들에게 압박만 넣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현재로서는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를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이어 "수도권 지역에 부동산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가계대출 급증세부터 잡는 것이 시급하지만 이달 말까지 막판 대출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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