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비교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파업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024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타결하면서 6년 연속 무분규를 이어갔다. 노사 모두 내심 만족스러울지, 혹은 아쉬운 점이 있을지 몰라도 길게 끌기보다는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교섭을 마무리하는 방향을 택했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의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한 노사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임단협에서 최대 이슈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이자 1노조로 올라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풍부한(?) 노조 활동 경험이 있는 현대차 노조를 수차례 비교 대상으로 들었다. 지난 15~18일 '게릴라 파업'을 앞두고서는 홈페이지에 '조합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현대차 대의원들은 강제로 남아있는 사람들을 내보낸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삼노는 실질적으로 생산 차질 피해를 입혀 사측에 압박을 가한다는 목표로, 이러한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새로운 교섭안을 갖고 나오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잽'을 날려 사측을 지치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여기서 현대차 노조와 차이점이 드러난다. 전삼노는 연차 파업 이후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초강경 태세를 취했지만, 현대차 노조는 전삼노의 총파업 이틀차(7월9일)에 올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위에 언급했듯이 노사 모두 만족스럽지 만은 않았을 것이다.
전삼노의 파업은 한 달 넘게 흘러가고 있다. 전삼노는 긴 파업기간 만큼이나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잠정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경제적 손실 보상'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가능성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초 전삼노는 총파업에 앞서 '무노동 무임금'을 제시했지만, 곧바로 수정한 파업선언문을 재배포한 뒤 '파업으로 발생될 임금 손실을 보장하라'고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에는 "동료야 함께 하자. 우리가 지켜줄게"라고 호소하는 영상을 올리며 파업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게릴라 파업을 앞두고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한 조합원이 "파업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참여하고, 제게 남은 것은 카드빚 밖에 없다. 더 이상 어떻게 하나"고 토로해 현실을 보여줬다. 이에 집행부는 "파업이 아직 안 끝났다.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보상하기 위해 기금마련과 추가 모금 진행의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도 "위원장, 부위원장, 집행부 모두 카드빚이 늘어나는 등 똑같은 상황이다. 함께하고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새로운 교섭 테이블의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전삼노가 '경제적 손실' 보상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끝장 교섭'에서 전삼노는 임직원용 온라인 쇼핑몰인 삼성 패밀리넷의 200만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했지만, 사측은 파업 참여자들의 임금 손실을 우회적으로 보전받기 위한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다시 현대차로 돌아가 보자. 현대차 노조 역시 쟁의권을 연례행사처럼 확보하고 있지만 올해까지 6년째 임단협과 관련한 파업을 현실화 한 적은 없다. 작년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부분파업 방식으로 참여하기는 했으나, 임단협과 관련한 파업은 2018년이 마지막이다.
현대차 노사는 2014~2018년 기간 파업으로 대규모 생산차질을 겪은 이후, 파업보다는 끈질긴 '밀당'(밀고 당기기)이 낫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삼노가 지난 6월7일 연차소진 방식으로 단행한 첫 파업은 1969년 삼성전자가 창립한 이후 첫 파업이자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이다. 신경영은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는 계기로, 초일류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됐다는 평을 받는다. 어찌됐던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 이번 파업의 결과물을 어떻게 남길지 영리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jwj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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