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이재명 일극체제만 남긴 민주당 전당대회

2024. 8. 19. 18: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재명 일극체제만 고스란히 남긴 채 끝났다. 지난 18일 마무리된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작부터 이재명 대표를 위한 이벤트였다.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연임 자체가 논란이었을 뿐 당선은 이미 따 놓은 당상이었다.

민주당 당헌 및 당규까지 바꾸면서 이재명 대표에게 꽃길을 깔아 준 전당대회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그건 당 밖의 사정이었지, 이미 당 내부는 이재명 일극체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만 따져 놓고 보면 이재명 일극체제는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총 득표율 85.4%를 얻어 김두관(12.12%)·김지수(2.48%) 후보를 제치고 대표로 선출됐다.

예상했던 '구대명'(90%대 대표 당선 이재명)은 아니였지만 역대 민주당 계열 당 대표로는 최고 득표율이었다. 서울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92.43%(7만1797표)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 전당대회가 남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일극체제'가 극도로 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최고위원 경선 결과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민주당 새 최고위원에 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그 중 김민석 의원이 최종 득표율 18.24%로 1위를 차지하며 수석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김 의원은 초반에 정봉주 후보에 뒤졌지만 이재명 대표와 함께 찍은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명심'이 작동되며 급부상했고, 전당대회 막판까지 우세를 이어갔다.

뒤를 이어 전현희(15.88%)·한준호(14.14%)·김병주(13.08%)·이언주(12.30%) 의원 순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명팔이'(이재명 대표 팔이를 하는 정치인) 관련 기자회견에 나섰던 정봉주 후보자는 경선 초반 선두에 나섰지만 '수박 밉상'으로 낙인찍히면서 5명의 최고위원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최고위원 당선 순위가 이 대표를 향한 충성 순위라는 설명까지 뒤따를 정도로 일극체제가 심화된 전당대회 결과다.

두 번째로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반윤 반김(반윤석열 반김건희) 지도부 일체화' 현상이 거세질 것으로 해석된다. 수석 최고위원에 당선된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기간 내내 자신을 '이재명 대표를 대통령 만들 사람'으로 알리고 다녔다. 민주당 내 위상 역학 구도를 볼 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등 강성 발언을 하는 '친명 지도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최고위원 득표에서 2위를 차지한 전현희 의원은 극적이다. 원래 간신히 5위에 턱걸이 하거나 상위 5위 내에 여성이 없을 경우 여성 몫 최고위원 자리를 노려볼 정도로 예상된 전력이었다. 그렇지만 전 의원은 최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살인자'라고 발언한 뒤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최종 득표수 2위에 올랐다.

이번 전당대회를 경험한 민주당 의원들이나 지지층들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극한 발언을 '훈장'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은 '강성 당원 중심의 정당'이 되어버렸다. 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은 42% 수준에 그쳤다. 지난 7월 한동훈 당 대표를 선출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율(48.5%)보다 낮은 수치다. 절반도 안되는 당원들의 투표 결과가 당을 좌우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민주당 전체 지지층으로 보면 아주 일부가 당을 장악한 형태다.

하지만 당의 지지율은 '이재명 일극체제' 그리고 '총선 압승'과 비교할 때 형편없는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7월 23~2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1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27%, 조국혁신당은 9%로 나왔다.

한국갤럽 정당 지지율 조사 추이를 보면 총선 이후 29%까지 하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35%로 6%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은 총선 직전에 33%까지 상승했던 지지율이 이 조사에서 6%포인트나 고꾸라졌다. '사저 봉변'까지 당하는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떤 평가를 내릴까.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