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NOW 구독중] 1인 미디어계 `프로 방송러`… 유튜브·숲을 점령하다
'이상호 BJ' 생방송으로 입문… 전폭적 지원속 5년 연속 대상
주 콘텐츠 게임뿐 아니라 연애·먹방·토크 등도 색다르게 선봬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을 찾아 참 구독을 추천 드리는 유튜브 '서평' 시리즈 《희대의 NOW 구독중》.
지난 2021년 봄, 본 칼럼에서 특집 형태로 2회에 걸쳐 만나 함께 인사이트를 나눈 인플루언서가 있다. 올해 아프리카TV에서 사명을 바꾼 국내 대표 1인 미디어 플랫폼 SOOP(숲)의 정찬용 대표이사다. 정 대표가 이끌고 있는, 적잖이 척박했던 한국의 1인 미디어라는 불모지를 지난 20년간 개척해온 역사의 주인공이자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모든 이의 바람을 현실에서 구현해낸, 그리고 글로벌 OTT플랫폼들과의 경쟁환경 속에서도 당당히 상장 주식 시가총액 1조 클럽을 넘어선 이 토종 플랫폼이 이름을 바꾼 배경이 궁금했다. 'SOOP'은 모든 구성 요소들을 아우르는 '숲' 생태계처럼, 다양한 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콘텐츠로 소통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뜻한다고 한다. 'Anybody can freely broadcast TV'의 약자로 '누구나 자유롭게 TV를 방송할 수 있다'는 것이 아프리카TV의 모토였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1인 미디어 플랫폼을 'TV'라는 울타리안에만 담기에는 이젠 차고 넘친다는 것을, 그리고 국내를 넘어 더 많은 유저와 스트리머를 연결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비친다.
물론 이 플랫폼의 성장은 "제1 고객은 BJ"를 천명하며 서비스를 이끌어온 운영진, 경영진의 역할도 당연히 컸지만 모토 그대로 'BJ', 즉 '크리에이터'들이 만들고 빚어온 결과다. 지난 인터뷰에서 미디어 플랫폼이면 응당 최종 소비자인 유저가 제1 고객 아니냐고 반문하자 정 대표는 참여형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지향하는 아프리카TV는 유저가 곧 BJ고, 또 이들 BJ들이 유저들을 참여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같은 1인 미디어 플랫폼이면서 실시간 방송이 주력인 아마존의 '트위치'가 아프리카TV의 위상을 대신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도 이들 BJ들의 힘이다. 플랫폼 측이 BJ들의 제작을 돕기 위한 각종 스튜디오 등 인프라의 확장에 힘을 쏟는 것도, 2011년부터 매 연말에 진행되는 'BJ 대상'도 이러한 BJ 중심 세계관에서 발현한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숲이 매년 개최하는 이 행사 'BJ 대상'에서 최고의 영예를 지난 5년간이나 석권해온 인기 크리에이터, 말 그대로 이 숲 생태계의 왕자를 만나본다. 1인 미디어 생태계를 구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안내해드리겠다는 《희대의 NOW 구독중》의 의도에 딱 맞는 인터뷰, 한편으론 경제종합일간지인 디타 구독자분들께는 다소 낯설지 모를 한국형 '찐' 게임 크리에이터 김민교 BJ와 함께 '그들이 사는 세상'을 조금 더 깊이 들어보고자 한다.
사실 인터뷰 전에 김민교 BJ의 소속 MCN(Multi Channel Network) 기업인 '아이엠브랜드' 관계자에게 부탁을 했다. 촬영하러 올 때 신문사 편집국에 온다는 느낌 말고 최대한 평소 게임 스트리밍 때 보여주는 편안한 분위기 그대로 찾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PC 앞에서 웹캠을 켜고 가장 편안한 상황에서 말 그대로 즐기듯 게임을 플레이해야 자연스러운 스트리머의 모습이 연출되는 것처럼 이번 인터뷰도 그렇게 되길 바랐고 기대는 적중했다. 평소 입던 헐렁한 옷에 슬리퍼 차림으로 디타 스튜디오를 방문한 그와 마치 평소 그가 게임을 진행하듯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민교 슬리퍼로 알려진 그의 슬리퍼는 일명 '교리퍼'로 불리며 팬들에게 얻어 굿즈로도 판매된 바 있다. '그·사·세'의 팬덤 문화인 셈이다.
의경 제대 후 경찰 공무원을 준비 중이었던 공시생이 게임 스트리머로 입문한 계기는 미국의 온라인 롤플레이 베틀 게임인 LOL(리그오브레전드)의 선배 BJ였던 이상호 스트리머의 전격 추천과 지원 때문이다. 이상호 BJ가 진행하는 라이브 콘텐츠에 시청자로 참여해 게임 메신저로 나눈 대화들이 보통 입담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생면부지의 공시 준비생을 메인 무대로 불러낸 것이다. 그런데 그 '촉'은 적중했다. 지금까지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는 여전하고, 무엇보다 이 둘의 LOL 중계 콤비 플레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본사인 라이엇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한국 대표 중계진으로 꼽혀 몇 해째 세계 각국의 리그 개최지를 순방하며 현장에서 입담을 뽐내고 있다. 김민교 BJ는 심지어 이상호 BJ를 아빠 같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서너살 위인 그 은인과의 평소 교통은 반말이다. 역시 '그·사·세'의 친교 문화를 엿본다.
마치 기다렸던 사람처럼 게임 스트리밍 계에 입문한 뒤로 김민교 BJ의 인기는 지속 상종가다. 선배 이상호의 지원이 있었지만 순간순간 번뜩이는 위트와 입담은 팬들이 그를 찾는 이유다. 다만,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하며 중계 형태로 진행을 해야하다 보니 높은 목소리가 일상이 되어 성대결절이 찾아온 것은 일종의 직업 병이다. 이 부분은 본인도 걱정이 많은 듯 해보였지만 게임 스트리밍 자체가 삶이니 이 때문에 스케줄을 늦출 수도 없다고 한다. 마치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주요 게임 리그들이 열리는 시즌에는 중계진으로 참여하기에 이땐 24시간이 모자란다고 한다. 여기에 다른 분야의 BJ들과 연애, 먹방, 토크 등 연예 프로그램들도 적지 않게 소화한다. 좋아서 한다고 하니 말릴 순 없지만 체력이 걱정될 수준이다. 쉼 없이 달리는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좋아하는 일을 사랑 받으며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기에 너무 먼 미래로 걱정하기 보다는 일단 하루하루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했다. '행복'이라는 말을 이 세대한테서 오랜만에 들어본 것 같다. 그는 정말 게임을 좋아서 한다고 한다. 통상 3시간에서 길면 8시간 이상 라이브를 진행하고서도 잠자리에 들면 정말 취미로 좋아하는 게임을 하다 잠이 든단다. 이에 대해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다. 게임 좋아하는 자녀를 말리는 데 우선인 부모님들의 얼굴이 떠오르는데, 김민교 BJ도 역시 그 중간 과정을 겪었다고 한다. 공시를 준비하던 아들이 게임 BJ를 한다고 하니 선뜻 지원하는 부모님도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후원과 광고, 협찬 등 크리에이터의 3대 수익모델로 착실히 수익 활동을 해내며 유명세도 높은 자식은 이제 부모님과 그의 동네, 군포의 자랑이다. 추석이며 설 명절에 취업은 했나며 물어보던 친척들도 응원군이 되었다고 한다. 엄연히 크리에이터는 정식 직업이고 BJ를 돕는 편집자와 같이 부대 업종도 함께 성장 중이다. 점차 '그·사·세'가 아닌 우리의 삶과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하고, 중계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직업이 되고 이를 시청하는 이들이 많고 그 트래픽에 광고를 맡기는 사람들이 있으니 가히 쇼비지니스의 영역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MCN이다. 김민교 BJ도 처음에는 혼자서 활동하다가 점차 MCN의 필요성을 느껴 현 '아이엠브랜드'에 적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광고주 등을 만나면 MCN이 중간에서 크리에이터의 자율성을 최대한 지켜주기도 하고 홍보도 해야 하는 어려운 일을 맡는다. 점차 정교한 기획사 시스템으로 발전 중인 것.
게임 스트리머는 게임 실력만큼이나 찰진 진행으로 게임 시청자들의 재미를 이끄는 것이 경쟁력이다. 김민교 BJ의 이 진행 능력은 다른 BJ들과의 이른바 '합방'으로 함께하는 연애, 토크, 먹방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 중이다. 말 그대로 이 숲속 생태계의 '왕자'인 것이다. 슬쩍 물어봤다. 미래 결혼 대상이 어떤 직업이면 좋겠는지. 그는 앞서 거의 24시간이 모자라는 게임 스트리머의 삶을 이해해줄 직업은 역시 동종의 경험을 가진 BJ들이 아니겠나며 의견을 전했다. 운동선수, 연예인 등 동종 분야에서 커플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서도 느껴진다. 결혼은 꼭 할 것이라는 그의 연애 사업도 구독자로서 열렬히 응원한다.
2008년 가을과 겨울에 편성되어 이른바 그·사·세 찐 팬들을 탄생시켰던 KBS의 월화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은 화려함 속에 인간애를 갈망하는 방송사 드라마 제작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당시로선 낯선 전문직 현장 드라마라는 장르를 개척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갈등, 우정, 사랑. 제작진의 실제 삶이 오히려 그들이 만드는 인기 TV 드라마 못지않게 드라마틱할 수 있다는 방송가의 뒷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런 드라마가 나오고 지금도 'PD놈들, 방송국놈들'이라는 말이 고유명사처럼 쓰여지는 배경에는 그만큼 이들의 세계에 대한 관심, 선망, 부러움 그리고 한편으로는 TV프로그램, 드라마라는 당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그 창작자들의 삶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그·사·세'가 방영되던 2008년은 시청률 40%를 기록하는 드라마가 있을 정도로 아직 TV의 전성기였다. 당연히 당시 최고의 미디어 TV에서 콘텐츠를 창작하는 이들에 대한 동경과 그들의 세상에 대한 궁금증은 중요 화두였고 그래도 직업적으로도 인기절정이었다. 그로부터 16년, 미디어 환경이 변한 2024년의 '그·사·세'는 필자가 보기엔 이들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들로 보인다. 궁금하고 듣고 싶고 알고 싶어지는 대상인 한편 선망과 비판이 어우러지는 말그대로 인플루언서이자 창작자면서 새로이 등장한 선망의 직업이니 현대판 '그·사·세'가 어울려 보인다.
그래서 어쩌면 그 2008년의 시각에 머물러 있을 기성세대를 대신해 현재의 '그·사·세'를 엿보고자 이번 인터뷰를 준비했다. 역시 시대는 달라졌지만 마치 드라마 '그·사·세'가 그리려고 했던 것처럼 그들 또한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희로애락을 겪고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같은 우리였음을 16년만에 새삼 확인하는 자리였다. 삼촌, 아재 급 인터뷰어에게 친절하게 현대판 '그·사·세'를 잘 안내해준 게임 크리에이터 김민교 BJ님과의 지면에서 못 담은 이야기는 곧 공개될 '희대의 NOW 구독중' 유튜브에서 살펴보시기 바라며 진짜 숲 속의 왕자 그와 만남은 한 줄 서평으로 대신한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숱한 채널 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채널, 보석 같은 콘텐츠와 인물까지 찾아 참 구독을 추천 드리는 《희대의 NOW 구독중》 한 줄 서평.
"숲(Soop)속 세상은 '그·사·세'가 아닌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들 모두의 세상!"
1인 미디어 생태계 곳곳을 누비는 《희대의 NOW 구독중》. 다음은 또 어떤 채널, 어떤 인물들과 만날지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
이희대 광운대 OTT미디어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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