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린 이재명 vs 힘에 부치는 한동훈…'채상병 특검법' 협치 첫 시험대
대여 공세 늦추지 않는 李…"조건 붙이는건 특검 말자는 얘기”
‘제보 공작’ 카드로 맞불 놓은 韓, 당내 설득 작업 속도 높이나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관련 '한동훈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공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그간 속도조절에 나섰던 한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계산에 맞춰 본격적으로 당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간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19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향해 조건이나 단서 없이 일주일 안에 자신이 제시했던 '제3자 추천 방식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제3자 추천안도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자, 한 대표는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며 "한 대표는 26일까지 조건을 달지 말고, 토를 달지 말고 특검법을 발의하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또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여당에서) 왜 자꾸 채상병 특검법에 조건을 갖다 붙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조건을 붙이거나 단서를 다는 것은 결국 특검을 하지 말자는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진정성을 갖고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당에서 '제3자 특검안 협상을 하기 전에 민주당이 기존의 특검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선 "우리가 왜 철회해야 하나. 여당이 자기들 안을 낸 뒤에 협상에 임하면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내내 '먹사니즘'을 키워드로 민생 문제 해결을 강조했지만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을 비롯해 '방송 장악 국정조사' 등 민주당이 주도해 온 특검·국정조사 공세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게도 정국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도 그는 한 대표를 향해 채상병 특검법 논의를 위한 대표 회담을 제안하는 등 2기 활동 시작부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재차 협상 의사를 밝히면서 한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상임고문단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는 26일을 시한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특히 열흘이니 하며 뜬금없이 시한을 거는 것은 본인들 입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김건희 여사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민주당발 특검법에 대해선 "민주당은 한 손으로는 훨씬 위헌성이 강한 법안을 내놓고, 한 손으로는 제가 낸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받는다고도 했다"며 "그 진의가 뭔지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 목소리로 여권을 압박하는 이 대표와 달리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을 두고 당 안팎을 설득해야 하는 리더십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한 대표는 막상 민주당이 자신이 내놓은 제3자 추천안을 받겠다고 하자 '제보 공작' 의혹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맞불 카드를 내놓았다. 타협안을 던진 후 야당이 이를 수용하자 다시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는 것을 두고, 한 대표가 누누이 강조해온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동시에 제보 공작 카드가 당내 설득작업에 나서기 위한 승부수라는 해석도 있다.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세우며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자신의 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다만 당내 반대 여론이 워낙 높아 한 대표로서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당내 상당수 의원들은 채상병 특검을 받는 순간 야당이 노리는 대통령 탄핵 프레임에 말려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여의도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도 목요상 고문 등 원로 정치인들이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영수 회담, (여야) 대표 회담의 조건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이야기하는 이재명 대표에게 말려들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여야대표 회담에서 어떤 형태든 결실이 있을 수 있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예방이나 면담이 아닌 의제를 갖춘 공식 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구체적인 의제와 배석자 등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해 계속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공통분모를 찾아낼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채해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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