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2대 국회 첫 여야 대표회담, 정치 복원 계기로
한동훈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5일 국회에서 양당 대표회담을 갖기로 19일 합의했다. 이 대표가 전날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양당 대표회담을 제안한 다음날 한 대표가 “대단히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다. 여야 대표는 모두 민생을 최우선 의제로 꼽으면서도 다른 의제도 폭넓게 얘기하겠다고 한다. 이번 회담이 국회를 정상화하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여야 대표가 회담 성사에 의기투합한 것은 무한 정쟁으로 더 이상 민생을 방치해선 안 된다는 여론의 비판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여당은 ‘용산 지킴이’를 자처하느라,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에 막힌 법안의 재입법에 치중하느라 민생을 내팽개쳤다. 한·이 대표 모두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의제를 놓고 소모적 기싸움을 벌이려 하지 말고,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앞서 여야 정책위의장은 간호법 제정안 등 무쟁점 민생 법안을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야 대표회담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물론 민생 입법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종합부동산세 완화, 상속세 개편 등을 주요 민생 이슈로 본다. 민주당은 여당 감세안에 반대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의제로 올리려 한다. 현격한 입장차를 좁히고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정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꽉 막힌 정국에 숨통을 트이게 하려면 쟁점 현안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대표적이다. 한 대표는 7·2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전대에서 내놓은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한 대표 측은 민주당이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수용하자, ‘제보 공작’을 특검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이 또한 받겠다고 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외압사건 수사 마무리가 먼저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골대를 옮기며 시간을 끄는 것은 무책임하다. 한 대표가 특검법 제정에 여전히 찬성한다면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진정성을 확인시켜야 한다.
여야 대표회담이 의미가 있으려면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양측이 다툴 건 다투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복원이다. 양측이 각자 입장을 고수해 얼굴만 붉히고 돌아선다면, 민생은 그저 정치 공세의 수단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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