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고물가 해법' 의구심만 키웠다
좌파진영 되레 공급문제 지적
트럼프, 에너지값 내리겠다지만
높은 관세로 인플레 부추길 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물가상승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양당 후보들이 내놓은 물가 대책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근본적인 물가상승 원인보다는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기껏 잠잠해진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와 영국 설문 기업 유고브가 지난 11~13일(현지시간) 미국 성인 156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가장 많은 24%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로 물가상승을 꼽았다.
■가격 통제 외치는 해리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산하 시카고 연방은행의 오스턴 굴즈비 총재는 18일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기업의 욕심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굴즈비는 경제적으로 사업주기에 따라 제품 가격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일회성 관찰로 지나친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은 굴즈비가 대선이나 양당 후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이번 발언을 했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공개한 취임 100일 경제 구상에서 "미국 가정의 생활 물가를 낮춰야 한다. 역대 최초로 식품에 대한 바가지 가격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불공정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할 경우 새로운 규제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州) 법무장관에게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을 수사 및 처벌할 권한을 주고, 시장 경쟁을 떨어뜨리는 불공정 인수합병을 막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좌파 진영에 우호적인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쓴 소리를 했다.
WP는 16일 사설에서 해리스가 "실질적 계획 발표 대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꼼수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해리스는 2021년부터 시작된 가파른 물가상승의 원인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경색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또 현 정부에서 지지하는 연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비용 낮춘다면서 올리는 트럼프
지난 2022년 공화당 대선 후보 출마 선언 이후 꾸준하게 민주당 정부의 물가상승을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선거 유세에서 해리스를 맹렬하게 공격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서 "해리스는 완전히 공산주의자가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해리스 '동무'는 자신이 사회주의 가격 통제를 원한다고 밝혔다"면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나 하는 옛 소련식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해리스의 물가 정책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의 물가 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취임 첫날 모든 내각 장관과 기관장에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이용해 물가를 낮추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동시에 미국의 석유와 가스 자원을 개발하고,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공약을 동시에 내밀고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에는 6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예고했다. 트럼프는 지난 14일 유세에서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캐나다 TD증권을 인용해 트럼프가 약속대로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0.6~0.9%p 올라간다고 전했다. 또 다국적 금융기업 스탠다드차타드는 트럼프의 관세 공약이 실현된다면 미국의 물가가 2년 동안 1.8% 오른다고 예상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 상승하여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2%)에 가까워졌을 뿐만 아니라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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