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조난자·조종사를 구출하라”… 해군 심해잠수사 항공구조·공군 해상생환 훈련 실시
공군 “긴급 구조 요청”…탐색구조헬기 약 140㎞ 한달음.조난 조종사 발견→인양→의료원 후송
해군과 공군이 올 하반기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을 전후해 조난자 및 조종사 구출 훈련을 실시하며 사진을 공개했다.
해군1함대사령부는 UFS 첫날인 19일 오후 동해항 인근 해상에서 올 하반기 한미연합 군사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의 일환으로 항공구조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군에 따르면 해상에서 재난·조난 사고 발생했을 때 항공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현장에 구조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번 훈련은 구조인력의 항공 인명구조 절차, 구조장비 사용법 숙달 및 항공기-심해잠수사 간 팀워크를 향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훈련엔 해상기동헬기(UH-60), 고속정(PKM), 6구조작전중대 소속 심해잠수사(SSU) 10여 명이 참가했다. 훈련은 해상에서 다수의 조난자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진행됐다.
구조 지시를 받은 심해잠수사들은 UH-60에 탑승해 신속하게 조난자 발생 지역으로 이동했다. 심해잠수사들은 헬기에서 조난 현장을 확인 후 구조용 인양장치를 해상으로 강하해 조난자에게 접근했다. 이어 조난자 상황에 따라 구조용 로프와 바구니 등 구조장비를 활용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조난자를 구조하며 훈련이 마무리됐다.
앞서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 CH-47 수송헬기에서 승무원과 항공구조사가 지난 13일 충남 태안반도 인근 해상에서 이뤄진 ‘대규모 해상 탐색구조훈련’을 실시했다.
"서해안으로 이젝션(Ejection·탈출)하겠다! 긴급 구조를 요청한다!"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진 지난 13일 공군6탐색구조비행전대(6전대)에 조종사의 다급한 구조요청이 들어왔다. 공군기동정찰사령부 주관으로 이뤄진 훈련은 이 같은 상황으로 시작됐다. 복좌 전투기에서 원해(遠海)로 비상탈출한 2명의 조종사를 구하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다.
"전달! 전달! 전달! 14시 부 스크램블(긴급발진) 발령! 사유 탐색구조!"
6전대는 비상탈출한 조종사 위치를 파악, 신속히 탐색구조헬기와 항공구조사를 투입했다. 조종사들의 위치는 충남 태안반도 인근 바다 한가운데. 6전대가 있는 청주기지에서 85마일(약 140㎞) 떨어진 곳이었다. 항공구조사들은 HH-60, HH-32 탐색구조헬기를 타고 조난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날 훈련에는 MC-130K 특수전용 다목적 수송기도 투입됐다. MC-130K는 전방관측 적외선장비를 활용해 사고지역 해상을 탐색하고 탐색구조헬기 진입 경로와 투하지점을 표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여름철 서해안의 평균 수온은 평균 20도. 뜨거운 날씨 덕에 춥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물 속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르다. 물은 공기보다 열전도율이 30배나 빨라 체온 손실이 그만큼 빨리 이뤄진다. 체온이 1.5도만 내려가도 피부 수축, 의식장애 등 증상이 나타나고 30도 아래로 떨어지면 아예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무엇보다 파도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어 의식이 사라지면 어디로 휩쓸려갈지 모른다.
CH-47이 ‘조난 포인트’에서 급강하, 후방 램프 도어를 열자 조종복을 입은 조난자들이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은 자동팽창 구명조끼에 의지한 채 각자 헤엄치며 탐색구조헬기를 기다렸다. 헬기에 자신이 있는 곳을 알릴 신호탄도 터뜨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멀리서 요란한 프로펠러 회전음이 들렸다. 항공구조사들이 탑승한 탐색구조헬기들이었다. 조난자가 바다에 빠진 지 40분 만이었다. 드넓은 바다에서 조난자를 발견한 HH-32는 머리 위 약 10m, 낮은 고도로 정지비행(Hovering)하며 구조용 인양기(Hoist)를 내렸다.
인양기를 잡고 내려간 항공구조사 이동현 중사(진)는 조난자 위치를 탐색한 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바다 속으로 들어갔다. 항공구조사는 조난자 상태를 확인하고, 헬기 조종사에게 수신호로 상황을 알렸다.
강하게 회전하는 헬기 프로펠러 탓에 바닷물이 사방으로 흩날렸고, 기체는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러나 항공구조사들은 침착함을 유지한 채 구조 활동에 집중했다. 헬기 조종사는 세밀하게 기체를 움직였고 인양기를 담당하는 ‘호이스트 오퍼레이터’ 이민근 중사는 정확하게 이 중사(진)와 조난자 위로 인양기와 구조용 바스켓을 떨어뜨렸다.
이 중사(진)가 숙련된 동작으로 조난 조종사를 바스켓에 눕히고 인양기에 연결된 고리에 결박, 조난자는 헬기에 무사히 탑승했다. 이제 같이 조난된 다른 조종사를 구할 차례. 이 중사(진)는 3m가량 떨어져 있던 또 다른 조난자를 발견하고 급히 헤엄쳐 갔다. 이 중사(진)와 조난자가 거센 파도를 이겨내고 만나자 HH-32는 다시 움직여 인양기를 내렸다. 이번엔 2인용 레스큐시트가 내려왔다. 이 중사(진)는 조난자를 먼저 시트에 고정하고 자신의 고리도 연결한 뒤 HH-32로 안전하게 탑승했다. 이후엔 HH-60이 찾아와 같은 방식으로 2명의 조종사를 구조했다.
조난자와 항공구조사를 태운 탐색구조헬기들은 공군항공우주의료원으로 향했다. 항공구조사들은 기내에서 조난 조종사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훈련은 조난 조종사를 안전하게 항공우주의료원으로 후송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조난 조종사 임무를 수행한 항공구조사 최환희 하사는 "파도로 바닷물을 끊임없이 먹고 체온이 점점 떨어지는 극한의 환경에서 조난된 조종사가 돼보니 항공구조사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다시 깨달았다"면서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또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훈련을 반복해 탐색구조능력을 연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해상 탐색구조훈련은 다수 해상조난자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갖추자는 목적으로 2018년부터 매년 실시 중이다. 해마다 이뤄진 훈련이지만 항공구조사가 직접 바다에 들어가 해당 훈련을 진행한 것은 흔치 않다고 6전대는 설명했다. 해당 훈련은 해군 함정과 합동으로 대형 선박 사고 시 대규모 조난자 발생 상황을 상정해 펼쳐지기도 한다. 이처럼 항공구조사들은 평시에는 각종 재난·재해 및 사건·사고 발생 때에도 현장에 투입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
항공구조사 최부용 상사는 "대규모 해상조난자 발생 시 임무 수행을 위해선 구조 절차를 숙달하고 변수가 많은 바다에서도 신속히 대응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어떠한 환경에서도 조난자 모두를 구조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실전적 훈련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해상생환훈련은 초급과 고급으로 구분된다. 초급과정은 임관 후 비행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고급과정은 기존 공중근무자를 대상으로 4년6개월 주기로 진행된다. 훈련은 지상교육대에서의 이론교육과 해상훈련장에서의 실습교육으로 구분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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