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수부진 골 깊어지는데 정부만 안이한 진단

한겨레 2024. 8. 1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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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고, 주요 기관들은 내수부진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경기 진단을 고수하고 있어,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 동떨어진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정부도 내수부진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완전히 외면하긴 힘들었는지 "조짐"이란 표현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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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의 한 시장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572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천명 감소해, 6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내수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 침체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고, 주요 기관들은 내수부진을 이유로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는 경기 진단을 고수하고 있어,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 동떨어진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달 자영업자는 572만1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578만3천명)보다 6만2천명 감소했다. 자영업자 감소는 지난 2월 이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가 6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영세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소비부진, 고금리 등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폐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에 폐업을 이유로 소상공인과 소기업에 지급된 노란우산공제금은 75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7% 늘었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국내 제조업의 9월 업황 전망 전문가서베이지수(PSI·피에스아이)를 전달(110)보다 하락한 104로 발표했다. 특히 내수(99)는 전달(107)보다 크게 내려가면서 8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피에스아이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개선 의견이, 0에 가까울수록 악화 의견이 많음을 의미한다. 대표적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6%에서 2.5%로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내수가 미약한 수준에 그치면서 경기 회복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만 낙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8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견조한 수출, 제조업 호조세에 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정부도 내수부진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완전히 외면하긴 힘들었는지 “조짐”이란 표현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애써 낙관론을 강조하기보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위한 민생대책을 내놓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이제라도 조짐 운운하는 희망고문을 그만두고, 국민들의 고통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현 정부의 감세와 ‘건전재정’에 대한 집착 탓에 정부의 경기 대응 수단인 재정정책이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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