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25만원 주장에 … 정부 "청년장학금·실버타운 확대로 선별복지"
먹사니즘 강조하며 밀어붙여
한동훈 "일률적 현금살포 안돼"
격차해소특위 신설도 공식화
약자 복지예산 증액나선 정부
국가장학금 대상 50만명 추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3배 늘려
◆ 복지논쟁 2차전 ◆
여야 지도부가 구성되자마자 '복지논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선별복지'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편복지'를 기치로 걸었다. 이달 말 정부의 내년도 나라살림 운영 계획(정부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예산 지원 방식에 대해 벌써부터 이견이 커져 향후 국회 예산 심의 국면에서 갈등이 극심해질 전망이다.
1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취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먹고사는 문제, 먹사니즘"이라며 "벼랑 끝에 내몰린 국민의 삶을 구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법) 논의를 요청한 데 이어 민생 경제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후 1호 당론 법안으로 25만원 지원법을 발의해 본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켰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길이 막혔다. 현재 의석 구조로 볼 때 국회 재의결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정부·여당과 조율을 거쳐 지원 대상과 금액을 수정하지 않는 한 폐기될 공산이 크다.
반면 여당은 선별복지에 힘을 싣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저소득층 지원과 양극화를 비롯한 구조적 사회 격차 완화를 기치로 내건 '격차해소특별위원회'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격차 해소 정책은 일률적인 현금 살포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밀어붙이는 25만원 지원법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이뤄온 빠른 경제 성장의 결과로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양극화를 넘어선 격차의 위기가 다가왔다"며 "국민의힘은 파이를 키우는 정책 그리고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을 똑같이 중시하고 실천하겠다"고 언급했다. 보편복지 지원보다는 취약계층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한 대표의 민생 정책 기조다.
전문가들은 정부 재원이 한정된 만큼 취약계층에 우선순위를 둬 지원하는 복지 지출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출 성향이 더 강한 저소득층에 한정해 25만원보다 많은 금액을 선별 지급하는 게 내수 부양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40년 넘도록 유지해온 절대빈곤층 중심 복지를 중산층 복지로 점진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복지와 청년 주거복지를 늘리는 정책도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인 소비활동과 민간 경제활동이 모두 위축되는 시점에는 돈을 써서 경제를 활성화하기보다는 민간기업 지원을 통해 경기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기획재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을 3~4%로 묶고, 20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아낀 재원을 취약계층 지원으로 돌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보편복지 방향에는 난색을 표했다. 기재부는 전 부처 사업 타당성을 재점검하고, 정부 재량으로 조절할 수 있는 지출을 약 20% 줄여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최근 정부가 전망한 내년도 경상성장률(4.5%)에 비해 낮다. 세입의 근거가 되는 생산과 물가(디플레이터) 상승분을 감안했을 때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보다도 나랏돈 지출을 적게 늘리겠다는 뜻이다.
절감한 재원은 저출생 대응과 필수의료 강화,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특히 일·가정 양립, 자녀 돌봄 지원과 지역의료 강화, 청년 주거·자산 형성과 국가장학금 지원 사업을 대대적으로 증액한다.
청년 지원 일환으로 장학금 3종 세트(국가·주거·근로장학금)에 5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 5000억원 넘는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종전 1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리고,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연간 240만원을 주는 주거장학금을 신설한다. 또 실버타운 공급과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1000가구에서 3000가구로 늘리고, 중산층 고령 가구를 대상으로 한 민간 임대주택을 확대한다. 채무조정을 비롯해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올해 69조4000억원인 노인·저소득층·청년 등 약자 복지 예산은 내년 70조원대까지 증액이 예상된다.
정부 지출 감축 최대 변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무지출이다. 정부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민연금, 건강보험처럼 정부가 조절할 수 없는 지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지출 비중은 올해 53%에서 2027년 56.1%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2027년 재량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2.0%인 반면 의무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5.0%로 매우 높다. 의무지출 중에서 복지 분야 법정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6.6%로 지방이전 재원 증가율(2.5%)보다도 높아 전체 의무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재정파탄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재정파탄의 주범일 수 있는 민주당이 청문회를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원이었는데 2022년에 1076조원으로 400조원 이상 국가 빚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의 조세 지원 정책은 투자 촉진, 민생 안정, 자산 형성 등을 위한 것"이라며 "다수당인 민주당이 어떤 것이 진정 민생을 살리고, 미래 세대에 책임 있는 자세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김명환 기자 /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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