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환자·치매노인 쌈짓돈 뺏는 요양시설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최예빈 기자(yb12@mk.co.kr), 지혜진 기자(ji.hyejin@mk.co.kr) 2024. 8. 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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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양로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A씨는 환자들 명의로 된 통장과 체크카드를 자신이 관리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A씨에게 카드를 맡기고 기저귀나 간식 구입을 부탁했다.

A씨는 이런 환자들의 신뢰를 악용해 1년여간 노인 29명에게서 1억5000만원을 빼돌렸다.

요양시설 원장 아들이기도 한 A씨의 부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사람은 시설에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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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봐줄 가족 없고
기억력도 흐려져
관리인 억대 횡령
유흥에 탕진하기도
유류품·재산 처리는
4년째 파악도 안돼

◆ 요양시설 복마전 ◆

서울의 한 양로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A씨는 환자들 명의로 된 통장과 체크카드를 자신이 관리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A씨에게 카드를 맡기고 기저귀나 간식 구입을 부탁했다. A씨는 이런 환자들의 신뢰를 악용해 1년여간 노인 29명에게서 1억5000만원을 빼돌렸다. 이 돈은 정부가 노인들 통장에 입금해주는 기초노령연금 또는 기초생활보장 급여였다. A씨는 이 돈을 자기 호주머니 돈처럼 유흥비와 가상화폐 투자로 탕진했다. 요양시설 원장 아들이기도 한 A씨의 부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사람은 시설에 아무도 없었다.

돌봐줄 가족 없이 여생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홀로 보내는 노인들은 시설에서의 학대·방임은 물론 사기·횡령 같은 금융범죄에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무연고 사망자 유류품 처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8월 기준) 전국 요양시설 183곳을 점검한 결과 무연고자가 남긴 재산에 대해 상속재산 관리인을 두지 않고 주먹구구로 처리한 요양시설이 52곳이나 됐다. 한 곳은 사망자가 남긴 돈으로 장례를 치르면서 영수증 같은 비용 증빙을 남기지 않았고, 또 한 곳은 남은 돈을 기관 시설운영비로 전용했다. 주무부처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앞서 2017년 무연고 사망자의 유류품 첫 전수조사에서 횡령을 비롯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자 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조사 결과를 정기적으로 보고받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류품 처리 실태조사는 4년 전인 2020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범 기자 / 최예빈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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