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뒷말에 탈락” 비명횡사 재현된 전대…‘비명 세력’ 결집도 빨간불?

변문우 기자 2024. 8. 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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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팔이’ 논란에 1위→6위 추락한 정봉주…‘李 저격수’ 김두관도 12% 성적표
비명 모임 ‘초일회’ 전망은? “당내 파워게임 끝나…李 있는 한 힘쓰기 어려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8‧1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명심(이재명 의중) 파워'와 '비명(非이재명) 횡사' 기류가 다시금 확인됐다. 당초 유일한 원외 인사였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명팔이 발언' 역풍으로 불과 2주 만에 '1위'에서 '6위'로 급락해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비명계 원외 인사들이 결집한 '초일회' 등 비주류들이 당에서 더욱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신임 지도부가 8월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힘 가라"…친명‧당원 '전방위 압박'에 무릎 꿇은 비명계

정봉주 후보는 18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KSPO돔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종 득표율 11.70%로 6위에 그치며 최종 탈락했다. 당초 정 후보는 경선 초반 권리당원 온라인투표 득표율 1위로 레이스를 출발해 당선권인 5위 안에 충분히 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선거 도중 이재명 대표에 대한 '뒷말' 논란은 물론, 해명 과정에서 '이재명팔이 척결' 발언으로 오히려 당내 역풍을 맞으며 누적 득표율이 점차 하락했다.

정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 결과가 발표나기 직전 정견 발표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하겠다"며 "호가호위하며 권력 놀음하는 극소수 몇몇 인사들을 그대로 두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고 정권 탈환도 어렵다"고 말해 친명(親이재명) 조직과 당원들의 거센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일부 당원들은 관중석에서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으로 가라" "당장 후보직에서 사퇴하라"며 욕설 등 수위 높은 표현을 내뱉기도 했다.

결국 '수박' 은어를 처음 창시했다고 밝혔던 정 후보는 역으로 민주당 당원들에게 '수박' 부메랑을 맞고 지도부 입성 실패는 물론 '반명(反이재명)'으로까지 낙인찍힌 분위기다. 정 후보는 경선 탈락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반대했던 분들조차도 민주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다.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고 했지만, 당내 지지자들은 여전히 정 후보에 대해 냉랭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당대표 경선에서도 '이재명 저격수'로 나섰던 김두관 후보 등은 더욱 뼈아픈 성적을 받았다. 김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일극체제화'를 비판하며 친명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를 '하나회'로 칭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김 후보는 12.12% 득표율에 그쳤다. 앞서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대항마였던 박용진 전 의원이 받았던 22.23% 성적보다 더 쪼그라든 셈이다.

위축된 비명계 입지…"李, 사법 리스크로 흔들릴 때만이 기회"

정치권에선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 내 비주류 세력의 입지가 '소멸' 상태에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 후보의 탈락으로 지도부 면면이 전원 '친명 군단'으로 채워지면서 당장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전할 '레드팀 스피커' 역할이 실종된 상태다. 여기에 명심에 대한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까지 확인되면서 비명계 인사들의 운신 폭도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다.

최근 결성된 비명 원외 모임 '초일회'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앞서 4‧10 총선 과정에서 이재명 지도부와의 대립으로 공천 탈락한 강병원·박광온·박용진·송갑석·윤영찬 전 의원 등 민주당 원외 인사 10여명은 '초일회' 모임을 결성해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기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 적자로서 '이재명 대항마'가 될 수 있는 김경수 전 지사에게 구심점 역할을 맡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압도적 명심이 재확인되면서 이들 모임의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 민주당 인사는 시사저널에 "당내 계파를 떠나서 정 후보처럼 당원들의 뜻을 거스르면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실제로 비주류 진영은 '기본사회' 등과 같은 '시그니처 비전'도 밝히지 못하고 있고 성과도 내지 못하는 만큼 앞으로의 움직임에서도 당원들이 기대할만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주류-비주류' 간 파워게임은 이제 물 건너갔다. 이재명 대표가 있는 한 비주류는 절대 힘을 못 쓴다"며 "윤석열 정부와 정면 대결을 펼치고 있는 선봉장을 공격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직 사법 리스크로 이재명 대표가 흔들릴 때만이 반명 인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다. 정봉주 후보의 목소리도 이젠 수많은 목소리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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