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44조 독일 팹 없던 일로? 미국 ‘반도체 굴기’는 굳건할까?

이재연 기자 2024. 8.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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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이 40조원 넘는 규모의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피터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독일 팹은) 전 세계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공장이 될 것"이라며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회로 선폭은) 1.5나노미터(㎚)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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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매체 “취소될 경우 대비”
인텔 본사 앞. 인텔 제공

미국 종합반도체기업 인텔이 40조원 넘는 규모의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백지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회사 주머니 사정이 홀쭉해지면서 인텔 안팎의 기대가 컸던 최첨단 반도체 공장마저 구조조정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인텔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미국의 ‘반도체 굴기’를 둘러싼 전망도 한층 어두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독일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골렘의 보도를 보면, 독일 작센안할트주 정부는 마그데부르크에 예정된 인텔 팹(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이 취소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주 정부는 최근 의회 질의 과정에서 “(취소되면) 해당 지역에 다른 기업 투자를 유치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골렘은 인텔에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지 물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독일 팹이 인텔의 구조조정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중앙처리장치(CPU)의 전통적 강자인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 재진출한 뒤 겪어온 실적 악화로 현금 사정이 열악해지자 최근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내년 말까지 인력을 15% 이상 감축해 운영비를 20% 넘게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당시 인텔은 올해 설비투자도 기존 계획에 비해 20% 이상 축소하겠다고 예고했는데, 그 여파로 독일 팹이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업계는 독일 팹이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서 갖는 함의가 작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팹은 인텔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직후인 2022년 건설 계획을 공식화한 곳으로, 300억달러(약 44조원)가 넘는 금액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인텔의 신규 생산기지 중 최대 규모다. 독일 정부가 약 100억유로(약 14조원)를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던 이유다. 피터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독일 팹은) 전 세계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공장이 될 것”이라며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회로 선폭은) 1.5나노미터(㎚)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독일 팹 백지화가 현실화하면 그 타격은 인텔 파운드리 전반에 닥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반도체 제조업에서 생산능력(capacity)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반도체 제조 기술이 점점 더 고도화하면서 고정비가 불어나는 만큼, 제품을 더 많이 팔아야 늘어난 고정비를 회수하고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능력이 충분해야 주요 빅테크에서 들어오는 대량의 주문도 감당할 수 있다. 증권가는 인텔의 생산능력을 월 기준 웨이퍼 20만장 정도로 추정하는데, 이는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7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의 ‘반도체 굴기’가 일부 수포로 돌아갈지도 관건이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 부흥책은 상당 부분 인텔 파운드리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집계를 보면, 2020년 5월~올해 4월 발표된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계획 금액은 총 4473억달러다. 이 중에서 인텔의 비중이 23.1%(1035억달러)로, 티에스엠시와 삼성전자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인텔이 ‘화려한 부활’에 성공해 계획한 투자를 모두 이행해야 미국 반도체 제조업도 살아날 수 있는 셈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회사(인텔)와 정부 모두 힘든 시간을 앞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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