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어니스트 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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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스웨덴은 6·25전쟁 때 약 1000명의 의료팀을 부산에 파견하여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고,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참가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고마운 나라다.
그러나 선진 복지국가 스웨덴이 반세기라는 오랜 기간 북한과 유대를 맺어온 나라라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스웨덴은 1973년 서방국가 중 가장 먼저 북한과 수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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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이케아' '바이킹 후예들' '팝그룹 아바' '라테파파의 나라' 등 친근한 표현들이다. 스웨덴은 6·25전쟁 때 약 1000명의 의료팀을 부산에 파견하여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고,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참가하여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 고마운 나라다. 그러나 선진 복지국가 스웨덴이 반세기라는 오랜 기간 북한과 유대를 맺어온 나라라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스웨덴은 1973년 서방국가 중 가장 먼저 북한과 수교했다. 다른 서방국보다 20년 앞서.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은 북한과 미수교국인 미국 정부를 대신하여 미국민의 영사 보호 임무를 대행하는 이익대표부 역할을 한다. 1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한 달 전 평양 스웨덴대사관은 북한 억류 미국민 3명의 석방을 주선했다. 어느 나라나 자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은 최우선 순위다. 미국민의 안전한 귀환은 역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시점에 회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스웨덴 한반도 담당 특사는 평양, 워싱턴, 서울을 오가며 북·미 대화를 촉진하여 1차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개최됐다.
2차 정상회담이 아무런 결론 없이 종료된 후 실망한 북한이 문호를 걸어 잠가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도 빈손 귀환으로 끝났다. 이런 어려운 국면에 스웨덴은 2019년 10월 스톡홀름에서 북·미 고위급 실무회담을 성사시켜 대화의 물꼬를 다시 텄다. 북한 김명철 순회대사와 미국 국무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참석했고 북·미 대화가 오래 단절된 후 열려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회담 개최의 한쪽 열쇠를 쥔 북한도 스톡홀름이라는 회담 장소에 동의했다는 것은 북한의 스웨덴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웨덴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직전에도 스톡홀름에서 남·북·미 3국 북핵 수석대표 회동을 주선했다.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열린 3자 회동은 새로 임명된 미국의 정상회담 준비 책임자 비건 대표가 북한 측 상대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만난 첫 번째 접촉이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두 차례의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개최 수면 아래에서 스웨덴의 평화 중개외교가 가동된 것이다.
중개외교는 양측 모두 중개자의 역할에 동의해야만 성사될 수 있다. 결국 북한도 스웨덴을 신뢰했다는 의미다. 어떻게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까? 스웨덴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북한에 대규모 인도적 원조를 했고, 북한의 대스웨덴 수출 미수금 채무 약 3억달러도 북한이 중시하는 체면을 고려해 독촉하지 않았다. 스웨덴 주재 북한 외교관 밀수 사건도 조용히 원만하게 타결했다. 북핵 문제와 대북 제재에 엄격한 원칙을 지키면서도 인내하며 상대를 존중한 스웨덴의 관여 외교가 북한의 신뢰를 얻은 비결이다. 스웨덴에 대한 북한의 신뢰는 북·미 대화 물밑 중개외교로 이어졌다.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대, 북한의 신뢰를 얻어 대화 채널로서 역할을 한 스웨덴의 '선의의 중개자(Honest Broker·어니스트 브로커)' 모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사점이 있다.
[이정규 전 주스웨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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