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대전 '0시 축제'에 100억?… 폭우 피해 정뱅이마을에는?
말 많았던 대전 '0시 축제'가 이달 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 축제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대전시와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성공적'이라는 자평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과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근본 없는 축제'라며 신랄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축제 예산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거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이 감지되기도 한다. 올해의 경우 정뱅이마을 등 폭우 피해에 시름하는 주민들의 상황을 덧댄 쓴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109만 명이 축제장을 방문해 1739억 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고 집계했다. 올해 수치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대전시·국민의힘 대전시당 "성공적 폐막" 자화자찬
이장우 대전시장은 19일 주간업무회의 자리에서 "0시 축제는 안전사고, 쓰레기, 바가지 요금이 없는 '3무(無) 축제'였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라고 자평했다. (축제장 주변) 일부 식당은 주말 3일간 평소에 비해 5배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교통 통제 등에 따른 아쉬움 지적에 대해서는 개선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방문객 수와 경제 효과는 별도로 집계에 발표할 예정이다.
대전시 역시 축제 마지막 날인 1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3무 축제 정착,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또 지역 문화예술 부흥, 글로벌 외교도시 위상 강화, SNS 1000만 조회 등의 족적을 남겼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는 이를 위해 1일 875명의 안전요원을 투입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선별관제시스템 등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물가 점검과 1회 용품 사용 억제 등 친환경 축제를 지향했고, 지역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등 일류 문화도시 대전의 저력을 보여주는 데 노력했다고 했다.
이밖에 베트남, 일본, 중국, 헝가리 등 7개 자매·우호도시에서 165명이 이틀간 방문해 글로벌 공공 외교도시로서의 위상 강화 효과도 거뒀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18일 논평에서 "0시 축제가 많은 공직자와 봉사자 그리고 시민의 참여와 노력 덕에 일류경제도시 대전의 초대형 축제로 발돋움하며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0시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어 대전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살기 좋은 도시로서의 이미지 구축 등 유례 없는 성공을 이룬 것에 축하와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일부 시민들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혹평
반면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하 시당)은 19일 '0시 축제,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무근본·세금낭비·민원폭발 축제라는 게 시민들의 신랄한 평가"라며 "시민들은 SNS를 통해 졸속 축제라고 혹평하고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혹평했다.
시당은 '원도심 활성화'라는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지역색은 안 보이고 특색도 없으며, 일관성 없는 부스 등 시민들은 '왜 0시 축제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정체성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킬러 콘텐츠 없이 이것저것 섞어놓은 '짬뽕 축제'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0시 축제는 올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근본 없는 축제'라는 냉혹한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축제 예산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시당은 "1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눈에 띄는 것은 매일 밤 열린 가수들의 공연뿐"이라며 "시민을 위한 축제인지, 몇몇 연예인들을 위한 잔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세금은 어디에 쓰였는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축제에 참여한 일부 작가들은 '형편없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축제를 이렇게 졸속으로 할 수 있는가'라며 시청 항의방문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시당은 '최악의 폭염 속에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무모한 축제', '9일간의 교통통제로 일상이 마비됐다'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변화하고 개선하지 않으면 대전의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0시 축제 예산 의혹, 올해도 불거져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축제 시작 전인 7일 '0시 축제 예산 축소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공개하라'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정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회피하기 위해 예산을 축소하고 숨기는 꼼수 행정으로 얼룩졌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시당은 "0시 축제 예산이 정확히 집계가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는 축제 예산을 축소하거나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2400억 원의 빚을 내 적자예산을 편성한 대전시가 0시 축제 들쭉날쭉한 예산 집행으로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28억 8900만원이었던 예산은 시의회 감사에서 연계 행사경비 등을 포함 62억 원으로 30억 이상을 더 투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 이어 각종 시민단체 후원까지 고려하면 3배가 많은 1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또 올해도 29억 원을 편성했지만 추경예산을 통해 42억 원으로 증액했으며, 연계 행사경비 등을 포함하면 100억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의 중앙투자심사(30억 이상)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 행정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29억 원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0시 축제 예산을 정확히 공개하고, 예산집행 투명성을 확보해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시민들 "놀고 먹는데 100억? 수해복구에 더 신경쓰지…"
0시 축제 예산 논란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축제 열어서 놀고 먹는데 100억 원을 쓴 게 사실인가? 정뱅이마을 등 폭우 피해 복구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뱉어내고 있다.
대전의 한 택시기사는 "가수들이 오는 날은 사람이 많았는데, 유명 연예인이 없는 날은 관객석이 텅 비는 때도 있더라"라며 "0시 축제라는데, 왜 0시 축제인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또 "왜 하필이면 가장 더울 때 축제를 하는지 모르겠다. 교통도 막고… 축제장을 찾았던 손님들이 짜증지수만 올라갔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100억 이상 썼다는데, 그 돈의 10%, 20%라도 수해를 입은 지역에 썼으면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이에 대해 대전시 한 공무원은 "미리 세워진 축제 예산과 수해복구 지원금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서구청과 함께 수해를 입은 지역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시는 19일 현재까지 용촌동 정뱅이마을을 비롯한 기성동 내 용촌동, 장안동, 원정동, 흑석동 등 4-5개 지역의 수해복구를 위해 약 70억 원 안팎을 투입한 것으로 잠정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각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해 1달이 지난 시점에도 아직까지 주민들은 온전한 일상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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