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한동훈이 함께 풀 중요한 숙제 ‘채 상병 특검법’

조미덥·박용하 기자 2024. 8. 1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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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10 총선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현안은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연일 한 대표에게 공약한 대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 대표는 자신의 생각은 그대로라면서도 측근 등을 통해 전제 조건을 붙여가며 시간을 벌고 있다. 단기간에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오는 25일 열릴 이 대표와 한 대표의 첫 회담을 앞두고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양당의 수싸움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앞서 한 대표에게 오는 26일까지 법안을 내달라고 시기를 못박은만큼 첫 대표 회담(25일)을 통해 협상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실질적인 협상 개시 전에 여야는 메시지 공방으로 여론전을 시작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연임을 확정지은 후 한 대표를 향해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을 포함해 ‘열린 논의’를 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까지 수사 대상으로 확장한 ‘더 강한’ 특검법을 발의한 상황에서 일단 한 대표안에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후 재표결 부결로 폐기된 두 차례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대표 선거 때는 제3차 추천 특검을 해야한다고 했다가 당선된 뒤에는 발을 빼더니 다시 추가조건을 덧붙이며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안쓰럽다”라며 “조건 달지 말고 토 달지 말고 특검법을 발의하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제보 공작’ 의혹을 수사 대상에 추가해야 한다는 한 대표 발언에 대한 대응이다. 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대표 모습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진의를 의심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한 손으로는 훨씬 위헌성이 강한 흉기 같은 법안을 내놓고, 한 손으로는 제가 낸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받는다고도 했다”며 “진의가 뭔지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26일로 시한을 둔 것에 대해서도 “뜬금없이 시한을 거는 것은 본인들 입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표는 “대법원장이 선정하는 공정한 특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도 “정상적인 정당이라 민주당처럼 대표 한 마디에 다 듣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최측근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전제 조건을 하나 더 얹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민주당의 제3자 특검법 수용 제의가) 진정성이 있다면 이미 제출된 위헌적 특검안 철회하고 더 이상의 특검법 발의와 탄핵 청문회를 중단하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반발로 인해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지 못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두고 민주당은 한 대표를 압박하고, 한 대표는 논의 중이라며 피해가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은 후 여당 내에서도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어나면 제3자 특검법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3당인 개혁신당이 나서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할 가능성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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