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돌아온 ‘광광, 굉굉’...광화문 광장서 세계의 광장으로 [인터뷰]
피리 장구 등 국악기와 일렉 기타
광장·소음 주제로 혁신적 사운드
“실험적이면서도 듣기 쉬운 리듬”
이달말 세종문화회관 싱크넥스트
11월 런던 재즈페스티벌에도 초청
꿈을 현실로... ‘불과 기름’ 친구들
이들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여름 축제 싱크넥스트에서 창작 공연 ‘광광, 굉굉’을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이달 31일 앙코르 공연으로 세종 S씨어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11월엔 영국 사우스뱅크센터 퍼셀룸에서 런던재즈페스티벌 초청 공연도 앞두고 있다. 객석의 관객은 이들의 음악에 윤제호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업까지 더해진, 그야말로 빛과 소리가 쏟아지는 한복판에 앉아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 인접한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그 순간을 위해, 작당모의하듯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공연 음악감독이자 작곡과 기타·신시사이저·태평소 등의 연주까지 맡은 이일우가 신곡 악보를 보며 “생황, 가야금이 ‘와그작와그작’ 대다가 대금이 나오고, ‘어억’ 따라가 줘야 해”라고 ‘느낌적 느낌’을 지시했다. 그는 계속해서 ‘따라리~’ ‘아, 아아~’라며 육성으로 소리를 전달했다. 그러자 황민왕이 “뒷부분 타악기 솔로는 채를 가져와서 치겠다”고 의견을 내는 듯 함께 공연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이일우는 “악보는 70~80%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연주자에게 맡긴다”고 했다. “연주자에 대한 신뢰가 있으니까요. 악보를 아무리 섬세하게 글로 써도 직접 소리로 표현하고 감성과 감성의 대화를 해야 메시지가 잘 전달되더라고요.” 그러자 친구들도 말을 보탰다. 황민왕은 “일우는 지휘도 잘했을 것 같다”고, 성시영은 “스무살 때부터 일우의 곡을 연주해봤기 때문에 익숙한 방식”이라고 했다.
세 사람은 1982년 동갑내기(이일우는 1983년 1월생)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생이다. 성시영과 이일우는 국악중·고를 다니며 밴드 활동도 함께 했던, 26년이 넘은 인연이다. 지난해 어느 날 성시영이 싱크넥스트 기획공연 차 자세한 설명도 없이 “시간 돼?”라고 오랜 친구들을 모았을 때, 이일우와 황민왕은 “뭘 하는지도 모르지만 그냥 한다”며 모였다. 올해 재공연에도 망설임은 없었다. 성시영은 “대체 불가능한 구성”이라고 단언했다.
이들이 우리의 소리를 현대음악 소재로 삼는다는 점에서 ‘전통의 수호자’ ‘국악의 혁신가’ 같은 거창한 이름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정작 이들은 극구 부인한다. 그저 ‘좋아서 하는 일’이라서다. 황민왕은 “그런 사명감은 진짜 조금 밖에 없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것”이라며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과 본능, 호기심에 훨씬 가깝다”고 했다. 세 사람은 또 “좋은 연주자를 알아가는 즐거움, 새로운 작업이 주는 재미가 큰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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