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AI 위한 과감한 투자 + 한국형 IRA 필요…HBM 20~30배 개선"
SK그룹이 AI(인공지능)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한국형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제도적 지원이 모두 필요하다고 밝혔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보다 20~30배 성능이 뛰어난 메모리 제품 개발 역시 목표로 거론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진행된 '2024 이천포럼'에 참석해 "지금은 AI(인공지능) 골드러시 상황"이라며 "SK그룹은 멤버사가 보유한 역량을 총결집하고,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서 AI로 인한 변화의 기회를 빠른 속도로 잡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AI 밸류체인은 AI 칩, AI 인프라, AI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며 "AI 칩 분야는 이미 SK하이닉스가 HBM을 필두로 승기를 잡고 있는데, 향후 5년간 82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투자를 좀 줄이고, 그 중에 절반만 AI 설비투자를 해도 3년이면 10조원 정도의 재원이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사장은 "AI 인프라 분야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과감히 투자해 리딩 컴퍼니(선도 기업)로 올라설 것"이라며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AI에 접근할 수 있는 슈퍼 하이웨이를 조성하고 그 위에 AI 생태계를 꽃피울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AI G3(주요 3개국)로 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당부도 나왔다. 그는 "한국형 IRA라든지, 투자 세액공제 같은 부분들을 지원을 해 준다면 빠른 시간 내에 세계에서 가장 AI 인프라가 발달된 나라가 될 수 있다"며 "기존의 통신 강국에서 AI 인프라 강국으로 정부 정책을 바꿔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M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테슬라·엔비디아·메타)에서 모두 찾아와 HBM 커스텀을 해달라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의 추가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류 부사장은 "지금의 HBM보다 성능과 저전력에서 20~30배 개선되고 차별화한 제품을 목표의 한 가지 축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라며 "특정 업체를 연계해 따라가는 게 아닌, 우리가 스스로 (메모리) 스펙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을 줬다.
이천포럼은 6월 경영전략회의, 10월 CEO세미나와 함께 SK그룹의 3대 연례행사로 손꼽힌다. 이날 포럼에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이 참석했다. 그룹 주요 인사들이 총 출동한 자리에서 'AI 밸류체인'을 강조한 셈이다. 이런 흐름은 이천포럼을 거쳐 10월 CEO세미나 등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SK그룹은 내년 1월 예정된 CES에서도 AI와 반도체를 전면에 배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밖에 △'현대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르겐 슈미트후버 사우디 왕립 과학기술대(KAUST) 교수 △잭 카스 전 Open AI GTM 담당 임원 △윤풍영 SK㈜ C&C 사장 △짐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 등이 AI 관련 세션에 참석했다. AI 시대에 맞춰 구성원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혁신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AI 사업 등과 관련한 최 회장의 메시지는 오는 21일 예정된 클로징 스피치를 통해 공개될 게 유력하다.
한편 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책임지는 SK온의 이석희 사장은 이날 포럼에 참석하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차 화재 문제와 관련해 "하반기에 잘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중 흑자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OI(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내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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