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명 투약 가능’ 코카인 밀반입 적발…해경 “사상최대 규모”

1800억원 상당 국내 최대 규모…캐나다 마약 조직원 등 3명 구속
액상으로 들여와 강원도 공장서 고체로 가공…“더이상 마약 안전지대 아냐”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피의자 주거지에서 발견된 코카인 ⓒ연합뉴스

국내에 코카인을 밀반입해 판매하려 한 캐나다인 마약조직원 등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이들에게 압수한 코카인은 60㎏ 상당으로, 2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이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코카인 유통량 중 최대 규모라고 한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캐나다 국적의 A(55)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해경은 또 A씨에게 마약을 공급받아 거래하려 한 국내 판매책 B(27)씨 등 한국인 2명도 함께 구속했다.

A씨는 지난 4~6월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액체 형태의 코카인 60㎏을 국내에 밀반입해 판매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지난 10일 서울 한강 모처에서 A씨에게 받은 코카인 2㎏을 거래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고체 코카인 가공 공장 ⓒ연합뉴스

A씨가 밀반입한 코카인 60㎏은 약 2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1800억원 상당에 달한다.

A씨는 고체 코카인이 특유 냄새로 적발될 것을 대비해 액체 형태로 밀반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A씨는 해경 조사에서 "페인트통 용기에 액상 코카인과 특정 물질을 혼합해 컨테이너 선박을 통해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밀반입 경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A씨가 들여온 액상 코카인은 강원도의 한 공장에서 고체 형태로 가공됐다. A씨는 지난 4월부터 두 달가량 해당 가공 공장에 총 9차례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은 가공 과정에 콜롬비아계 외국인 조직원 2명이 참여했을 것으로 보고 이들을 쫓고 있다. 해경은 숙소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콜롬비아계 외국인 조직원 2명의 신원 확인에 나섰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이들이 국내에 머물고 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압수한 코카인에 각인된 'UN' ⓒ연합뉴스

A씨는 캐나다 범죄 조직의 고위급 인물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에도 미국 등지에서 선박을 통해 코카인을 밀수하다가 검거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이 압수한 코카인 포장지에는 캐나다 밴쿠버의 마약 조직을 뜻하는 영어 'UN'이 각인돼 있었다.

앞서 해경은 이달 초 국정원으로부터 캐나다 마약 조직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잠복 끝에 지난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에서 코카인 판매를 시도하던 B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어 경기 김포에서 A씨 등을 잇달아 검거하고, A씨 집을 추가로 압수수색해 코카인 60㎏을 모두 압수했다.

해경은 A씨 등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고, 선박 밀반입 시점과 코카인 가공 과정 등을 추가로 수사할 방침이다.

해경에 따르면 코카인을 밀반입한 뒤 국내에서 가공해 유통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유통 전 컨테이너선이나 화물선에서 압수된 코카인 밀수사건을 제외하고, 국내 수사기관 담당 사건으로 유통 과정에서 압수한 코카인 양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소병용 중부해경청 수사과장은 "국내도 이제는 더 이상 코카인의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며 "캐나다 마약 조직과 국내 조직의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