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분상제’ 단지인데···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싸다고?

심윤지 기자 2024. 8. 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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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성동훈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는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지역인 강남3구에서 분양된 단지임에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았다. 앞서 분양한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 실거주 의무가 조건처럼 붙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실거주 의무는 문재인 정부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겠다며 2021년 도입한 규제다. 분양가 상한제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집을 샀으니, 수분양자가 직접 실거주하라는 취지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분양가격이 ‘인근 지역 주택 매매가격(주변 시세)’의 80% 미만이면 5년, 80% 이상 100% 미만이면 3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하지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 경우(100% 초과)에는 이러한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한 서초구청 분양가심의위원회는 디에이치 방배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디에이치 방배의 3.3㎡당 분양가는 6496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84㎡ 기준 약 20억~22억원 선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강남3구 신축 아파트의 가격상승세를 고려하면 그래도 시세보다는 저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배동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는 2021년 준공된 ‘방배그랑자이’가 마지막인데,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8억원에 실거래됐다. 디에이치방배 분양가보다 최대 6억원 정도가 더 높은 것이다.

그럼에도 디에이치 방배 분양가가 시세보다 비싸다는 서초구청의 판단이 나온 이유는,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된 ‘주변 시세’가 낮게 책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르면, 거주의무기간을 정하기 위한 인근지역 주택매매가격은 지자체가 정한 ‘인근 지역’ 범위 내 최근 1년 이내 실거래된 공동주택 평균 가격을 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여기에는 아파트 뿐 아니라 20호 미만의 빌라(연립주택)도 포함된다. 디에이치 방배의 인근 지역이었던 방배동의 경우, 다른 행정동에 비해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적고 빌라 단지가 많아 평균 가격이 끌어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청 관계자 역시 “방배5구역 주변에 구축 단지가 많아 시세가 낮다보니 분양가와 차이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 방배가 분상제가 적용된 강남권 단지보다 택지비와 건축비를 후하게 인정받은 측면도 있다. 역시 서초구에서 최근 분양한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는 2021년 받은 택지비 감정평가 가격으로 분양가 심사를 받다보니, 시세보다 최대 20억원이나 낮은 가격에 분양을 진행해야 했다. 반면 디에이치 방배는 올해 2월 택지비 감정평가를 신청해 최근의 땅값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었다.

디에이치 방배 건축비도 전용면적 84㎡ 기준 약 5억4200만원으로, 래미안 원펜타스(3억5000만원)보다 1.5배 이상 높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분양가상한제의 분양가 산정 방식이 지나치게 자의적·경직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주변 시세나 택지비 등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시세보다 수십억원이 싼 ‘로또 청약’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시세보다 비싼 분양가가 나올 수도 있어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방배동 신축이 입지가 더 우수한 반포동 신축과 비슷한 분양가를 인정받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커뮤니티 고급화 등을 통해 건축비를 늘리려던 조합의 전략이 어느정도 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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