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권위 “윤 대통령 ‘건폭’ 발언, 예방조치 마련하라”

고경태 기자 2024. 8. 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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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무회의에서 건설 노동자를 '건폭'으로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송두환)의 의견 표명이 나온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19일 인권위의 의견표명 결정서 등을 보면 민주노총 위원장, 건설노조 위원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 12명을 피진정인으로 해 '노조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각종 표현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였다'며 낸 진정과 관련해, 인권위는 "표현이 과도하니 예방조치를 하라"는 의견표명 결정서를 지난 5월 피진정인들에게 송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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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혐오 아니어도 정치인 표현으로는 과도
이상민·원희룡·홍준표·정진석·권성동 등 11명도
2023년 5월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중단!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해 국무회의에서 건설 노동자를 ‘건폭’으로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 송두환)의 의견 표명이 나온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윤대통령에게 인권위가 의견 표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인권위의 의견표명 결정서 등을 보면 민주노총 위원장, 건설노조 위원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 12명을 피진정인으로 해 ‘노조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각종 표현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였다’며 낸 진정과 관련해, 인권위는 “표현이 과도하니 예방조치를 하라”는 의견표명 결정서를 지난 5월 피진정인들에게 송부했다. 의견표명은 지난 2월21일 차별시정위원회(차별시정소위, 소위원장 남규선 상임위원)에서 결정됐다. 다만 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으로 진정 자체는 각하됐다.

진정인인 건설노조 등은 “윤석열 대통령,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등 다수의 피진정인들이 건설노조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하여 앞다투어 ‘건폭’, ‘기생충’, ‘노동자 빨대’ 등 노골적인 비하, 모욕적인 표현으로 노동조합과 소속 조합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2월21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건폭(건설폭력)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발언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은 2022년 12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화물연대는 ‘조폭’입니다. 노동계를 제 세상인 양 활개치는 조폭들을 확실하게 정리, 조폭행위 당장 멈추십시오”, “건설노조가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 되고 있다”, “노동자를 괴롭히는 노동자들의 빨대, 노동자들의 기득권”이라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피진정인들은 “‘극소수 강성·귀족노조 수뇌부가 주도하는’ 등의 발언은 국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가 다수 근로자에게 피해를 주는 점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려는 취지는 아니다”(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라거나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활동 전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강성 노조의 불법과 패악을 지적한 것”(홍준표 대구시장)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노조의 건전하고 합법적인 파업행위를 폄훼하거나 차별을 조장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화물연대는 조폭입니다’ 등의 표현은 부산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정상 운행하는 화물차주에게 새총으로 쇠구슬을 발사하여 차량 유리가 파손되고, 운전자가 상해를 입은 사건 등 조직적 폭력행위에 대한 비판”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권위에 진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차별시정소위는 “피진정인들의 발언만으로 ‘그 외의 노동조합’과 비교하여 ‘민주노총과 그 산하 노동조합’에게 ‘노동조합 결성과 그 활동’ 등에서 구체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거나 반드시 발생할 것으로 예견되는 불리한 대우가 존재한다고 보기도 어려워 각하한다”고 했다.

다만 “이 사건 진정의 피진정인들이 그 발언의 파급력이 크고, 공론의 장을 왜곡시키지 않을 책임이 있는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라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불법행위에 대한 비판과 평가라 하더라도 그 표현이 과도해서 시민들이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할 우려가 크므로,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표명을 결정했다.

의견표명 대상이 된 12명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대통령), 이상민(행정안전부장관), 원희룡(전 국토교통부장관), 홍준표(대구광역시장), 정진석(대통령 비서실장),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성일종(국민의힘 의원), 박정하(국민의힘 국회의원), 양금희(국민의힘 전 의원), 김정재(국민의힘 의원), 주호영(국민의힘 의원), 임이자(국민의힘 의원)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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