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폭로한 '빨래 관습'...문체부도 고심하는 이유?
[앵커]
안세영 선수가 폭로한 배드민턴 협회 선수 관리에 대해 정식 조사를 벌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낡은 관습을 없앨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빨래 관습'으로 상징되는 선후배 간 부조리가 핵심인데, 워낙 오래된 뿌리 깊은 관습이다 보니 그만큼 고민도 큰 상태입니다.
이대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배드민턴 안세영이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된 건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7년.
7년 간 선배들의 라켓 줄 교체와 방 청소, 빨래를 대신 해왔다며 올해 초 배드민턴 협회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개선이 되지 않았고 결국, 안세영이 금메달을 딴 직후 공개적인 폭로가 나왔습니다.
[안세영 / 배드민턴 국가대표·파리올림픽 금메달 (지난 5일) : 7년 동안 많은 걸 참고 살았던 것 같아요. 억누르면서…. 악착같이 달렸던 이유 중에 하나가 제 목소리에 힘이 좀 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이렇게 정말 힘들게 바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오래된 관습이기 때문에 당장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올림픽 전 대표팀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세영에게 빨래를 시킨 선배 선수들도 과거에 그렇게 해왔다는 논리로 전형적인 옛 군대 문화입니다.
결국, 강한 훈련과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가 올림픽 메달을 만든다는 우리 스포츠계의 잘못된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선수촌이란 폐쇄적인 공간에서의 교육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담론과 방식은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1990년대 이후 버려진 상태입니다.
그 자리를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과정과 심리 분석이 대신했습니다.
이런데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올림픽을 앞둔 지난 겨울 해병대 훈련을 추진하면서 군인다운 강한 정신력을 강조했습니다.
[이기흥 / 대한체육회장 (지난해 12월) : 훈련이라기보다는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결의를 다지는 그런 계기를 마련하고자 준비했습니다.]
올림픽을 마친 뒤에도 "해병대 입소 훈련의 결과물"이라고 자화자찬해 논란을 또 키웠습니다.
배드민턴 협회 진상 조사를 벌이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선수들 사이의 낡은 문화를 없앨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이달 안에 나올 방안은 강제적 방법을 쓰기보단 자율적 해결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YTN 이대건입니다.
영상편집:김희정
디자인:이원희
YTN 이대건 (dg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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