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김창조 계승은 어디가고…‘두 동강 난’ 가야금전국대회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8. 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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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산조보존회, ‘12회 전국대회’ 개최 놓고 집안 싸움
산조보존회 “올해 대회 개최 포기한 영암군이 뒤늦게 태클”
영암군 “11년 간 대회 운영 예산 지원한 우리가 개최권자”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영암 가야금산조 기념관 ⓒ시사저널

가야금 산조 본산인 전남 영암에서 열리던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가 둘로 쪼개질 전망이다. 올해 가야금 전국대회 개최권을 놓고 지자체와 김창조산조보존회가 갈등을 빚으면서다. 영암군이 최근 해당 전국대회 개최에 뛰어들자 맥을 잇기 위해 공을 들여온 김창조산조보존회가 "지원은커녕 전국대회 개최를 되레 방해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김창조 가야금전국대회는 한국음악사에 불후의 발자취를 남긴 악성 김창조 선생의 숭고한 위업을 기리고 널리 선양하는 사업의 하나로 매년 열린다. 그러나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는 개최 12년 만에 전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지금까지 가야금 전국대회에 예산(보조금)을 지원해온 만큼 대회 개최 권한 역시 가지고 있다는 것이 영암군의 입장이다. 그러나 산조보존회 측은 자신들이 11년 간 대회를 주최· 주관했으며 영암군은 단순 후원에 그쳤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양 측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여서 올해 가야금 전국대회는 서울과 영암 두 곳에서의 개최가 불가피해 보인다. 

영암 가야금산조 기념관 내 악성 김창조 선생 흉상 ⓒ시사저널

우선 한국산조학회와 김창조산조보존회는 서울시 민간국악행사 지원사업으로 이달 23~24일 이틀간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K-Seoul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를 열 예정이다. 영암군 또한 오는 10월 또는 11월께 제12회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를 영암읍 가야금산조기념관에서 개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일 김창조산조보존회에 따르면 영암군은 문화체육부 등 4개 기관에 보낸 공문에서 2024년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를 오는 10월 또는 11월께 가야금산조기념관에서 군 주관으로 개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군은 이 공문에서 '문체부에 영암군 주최·주관 변경신청을 마침. 대회 명칭과 장관 표창 수여 권리는 영암군에 있고, 타인과 타 지자체에서 무단 사용할 경우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임'이라고 적시했다. 

​8월 23~24일 이틀간 서울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K-Seoul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 포스터. '제12회'와 '서초' 문구가 빠져있다. ⓒ김창조산조보존회​

하지만 이 같은 영암군의 입장에 대해 서울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 개최를 코앞에 둔 산조보존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영암군이 서울 서초전국대회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교육부장관상 등을 수여하지 못하게 방해했다는 게 산조보존회의 주장이다. 

김창조 가야금산조보존회 이사장인 양승희 명인은 "영암군이 김창조 대회를 취소시키기 위해 각 부서에 행정소송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며 "그 결과 문체부장관상과 교육부장관상, 서초구청장상이 모두 취소됐고, 당초 제12회 서초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로 열려고 했으나 (영암군이) '12회'와 '서초' 문구 삭제를 요구해 'K-Seoul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로 변경해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명인은 "이런 (표창수여 방해) 행위는 국악계 청소년들에게 주어질 혜택을 막는 행위로써 대한민국과 국악계를 우롱하는 처사"며 "가야금산조 기념관 건립 목적을 위반하고, 인간문화재 양승희 명예관장을 강제로 축출한 것도 부족해 김창조 경연대회까지 빼앗으려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격앙했다.    

양 명인은 대회 개최권과 관련해서는 "민선 8기 우승희 군수 취임 후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가 단 한 번도 영암군이 편성한 예산으로 개최한 적 없다"면서 "우 군수는 2023~2024년 인간문화재 양승희 국가무형유산 가야금 산조 전승 교육 및 경연대회, 공연 등 10개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고 영암군의 전폭적인 예산 지원 주장을 반박했다. 

양 명인은 이어 "올해도 영암군이 예산 지원을 포기하면서 2년 연속 경연대회를 못할 경우 전국대회 자체가 취소될 것을 염려해 서울시 민간국악행사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해 선정됐는데 뒤늦게 영암군이 태클을 건 격"이라며 "대회를 포기했던 영암군의 뒤늦은 가세는 가야금 산조 개최 정통성과 힘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2년 제11회 김창조 가야금전국대회 포스터 ⓒ영암군

그러나 영암군 관계자는 "개최 시기가 다소 늦춰졌을 뿐 물밑에서 올해 가야금 전국대회를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가야금산조 기념관을 운영 뿐만 아니라 지난11년 간 전국대회 운영 예산을 지원하면서 가야금산조 전승을 위해 노력해 온 영암군이야말로 12회 대회 개최권자"라고 맞받아쳤다. 

이 관계자는 "올 가을에 개최 예정인 영암대회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교육부장관상 표창을 해당 부처에 요청했을 뿐, 결코 서울 서초대회에 대한 장관상 수여를 방해할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화재청은 국비와 군비 등 190억 원을 들여 가야금산조 창시자인 김창조의 고향인 영암에 가야금산조 기념관을 설립하고 경연대회 등을 개최하며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된 '김창조 가야금 전국대회'는 영암군의 예산 지원 불가조치로 2023년에는 취소됐다. 경연은 가야금 산조와 병창 두 분야이며, 학생부와 일반부로 나눠 진행된다. 입상자에게는 문체부장관상(상금 1000만원), 교육부장관상(상금 500만원) 등이 수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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