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대신 ‘엔비디아’…희비 엇갈린 증권과 가상자산업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와 가상자산거래소 간 희비가 엇갈렸다. 증권업계가 인공지능(AI) 랠리에 편승한 서학개미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거둔 반면, 코인개미의 이탈로 가상자산거래소는 실적이 대폭 꺾였다. 투자자들이 부진한 흐름을 보인 가상자산 대신 AI 투자에 나선 셈인데, 하반기에도 거래량을 반등시킬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가상자산업계의 시름이 깊어질 전망이다.
상반된 성적표 받은 증권업과 가상자산업
올 상반기 증권업과 가상자산업은 대체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투자증권(+64.9%), NH투자증권(+15.2%), 삼성증권(+26.4%) 키움증권(+12%) 등 대형 증권사들의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연결기준) 성장률은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순이익이 같은 기간 218.4%나 성장했다.
증권사의 경우 IB(기업금융) 등 여러 사업을 영위하지만, 급격한 긴축으로 투심이 꺾였던 예년과 달리 AI 랠리 등으로 투심이 살아나면서 위탁수수료 수입이 늘어난 덕을 톡톡히 봤다. 마찬가지로 투심이 살아난 가상자산거래소는 수수료 수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증권사보다 더욱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상반기만 놓고 보면 증권업과 가상자산업 모두 호황을 맞은 것처럼 보이지만, 분기별 실적을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증권사의 경우 1분기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2분기 실적이 소폭 하락하거나 상승했지만, 가상자산업은 지난 분기 대비 실적이 반토막이 났다.
나스닥지수를 포함해 미국 기술주가 6월 중순까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계속되는 랠리에 2분기 해외주식 거래량이 증가한 반면, 가상자산은 1분기 상승세를 이끌었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효과가 갈수록 반감되면서 투심이 꺾인 여파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이용 비중이 큰 키움증권의 경우 2분기 순이익은 지난 분기보다 5.2% 하락했지만, 주식 수수료 수입은 1284억원으로 전분기(1268억원)보다 1.2% 늘었다. 국내주식 수수료 수입이 1%(9억원) 감소했지만 해외주식 수수료 수입이 7%(26억원) 늘면서 전체 수입 증가를 견인했다.
반대로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은 매매수수료 수입이 1분기 2429억원에서 2분기 1382억원으로 절반가량 급감하며 당기순이익이 88.1%나 떨어졌다. 업계 1위 업비트도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51% 급감했다. 더 큰 수익을 쫒아 코인개미들도 해외주식으로 이동하면서 가상자산업계의 실적이 감소한 셈이다.
하반기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조정 국면을 맞이하며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증권업과 가상자산업 모두 금리인하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인하의 가능성이 크고 다가올 미국 대선이 반등의 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경기가 침체될 경우 사업 분야가 다각화된 증권업과 달리 투심이 실적과 직결된 가상자산거래소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거래소가 수익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규제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하반기 사업자 갱신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시도를 통한 수익 다각화보다는 점유율 확대 등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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