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에 넘긴 개인정보가 사람을 죽였다? 전여친 성폭행 후 살인한 남자 흥신소서 정보 얻어

김세령 2024. 8. 1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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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19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지윤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불륜 사건을 접하다 보면요. 간혹 배우자의 외도 장면을 포착하거나 증거로 삼기 위해 소위 흥신소라는 곳 찾는 분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탐정사무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죠. 이들은 불륜 증거뿐 아니라 학교 폭력을 입증할 만한 증거 수집이라든지 개인의 재산 상태, 좋아하는 누군가의 주소나 전화번호까지 고객이 원하는 정보라면 무엇이 됐든 찾아주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됩니다. 언뜻 보면 굉장히 편리해 보입니다만 글쎄요. 문제는 없을까요? 2021년 12월 한 여성이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 당하고 감금까지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지인에게 가까스로 상황을 알리며 끔찍한 감금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하지만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도 되지 않아 이 남성은 여성이 사는 곳을 찾아내 그녀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그 중심엔 흥신소가 있었는데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지윤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박지윤 변호사 (이하 박지윤) : 네, 안녕하세요 박지윤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변호사님도 의뢰인들 많이 만나보셨을 텐데 흥신소 다녀왔다 여기서 얻은 정보다 이런 이야기 좀 들어보셨죠?

◆ 박지윤 : 네. 저희 법무법인에 상담하러 오신 의뢰인 분 중에는 이미 흥신소를 통해서 증거를 표까지 만들어서 많이 준비해주신 분들도 계셨고요. 상담 과정에서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자신이 확보한 증거만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은데 흥신소에 가봐야 될까요? 라는 질문들 많이 물어보세요. 그만큼 의뢰인들께서 흥신소에 관심이 많고 흥신소에 가봐야 하나 하면서도 반대로 정말 가도 되나 싶어 고민하는 분도 많은 것 같아요.

◇ 이원화 : 흥신소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고요. 불륜 증거를 잡아내는 자극적이고 황당한 에피소드들도 많이 회자되면서 어쩔 때는 무슨 정의의 사도처럼 이야기될 때도 있는데 이게 법적으로 보면 사실 개인정보 유출이라든지 굉장히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이잖아요.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2020년 8월 5일 신용정보법의 개정으로 현행법상 흥신소나 사설 탐정을 운영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운영 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제공한다거나 위치 추적기나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면 당연히 범죄가 됩니다. 나아가 흥신소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 제공된 개인 정보가 범죄로 이어진 케이스도 제법 있고요. 오늘 다룰 사건도 그중 하나입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대로 오프닝에서 이야기했던 사건, 가해자가 흥신소라는 곳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돈 주고 샀고요. 이게 실제 범행으로 이어진 그런 사건이잖아요.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가해자는 이 모 씨고요. 피해자는 이 모 씨의 전 여자친구 A씨의 모친과 남동생입니다. 사건 당시 이 모 씨는 A씨를 스토킹하고 있었는데요. 이 모 씨는 흥신소를 통해 A씨의 집을 수소문했고 50만 원을 주고 A씨의 주소를 넘겨받게 됩니다. 이 모 씨는 2023년 12월 10일 흥신소를 통해 넘겨받은 A씨의 주소로 찾아가 그곳에 있던 A씨의 모친과 10대 남동생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습니다. 흉기를 미리 준비한 계획적인 범행이었습니다.

◇ 이원화 : 어머니나 남동생은 어떻게 됐습니까?

◆ 박지윤 : A씨의 어머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안타깝게도 끝내 숨졌고, A씨의 남동생도 중태에 빠질 만큼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A씨는 당시 현장에 없었기에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 이원화 : 심지어 여기에 구청 공무원도 연루돼 있었죠?

◆ 박지윤 : 네. 놀랍게도 흥신소에서 이 모 씨에게 A씨의 주소를 넘겨준 배경에는 구청 공무원이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이 구청 공무원은 2019년부터 텔레그램 광고 등을 통해 알게 된 흥신소 관계자들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는데요. A씨의 주소도 이 구청 공무원이 흥신소에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 이원화 : 흥신소랑 공무원이 연결이 되거나 아니면 통신사 직원이 연결되거나 이런 사건들이 사실 굉장히 많아요. 일단 이 사건을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 사흘 전인가요? 스토킹 했던 여자친구에게 신변보호가 내려진 상황이었다면서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 박지윤 : 어떻게 보면 이 모 씨가 살인죄를 저지른 동기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인데요. 이 모 씨가 A씨의 집을 찾아가기 5일 전에 A씨는 이 모 씨의 집에서 감금당한 후 이 모 씨로부터 폭행과 불법 촬영에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경찰이 출동해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었고, 경찰에서는 그 후 A씨에 대해서 신변보호를 의결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정말 너무 다행이다 싶은데 경찰은 어떻게 알고 왔던 겁니까?

◆ 박지윤 : 당시 A씨는 이 모 씨의 집에 감금되어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 모 씨에게 빼앗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친구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가족의 연락처를 전달하며 신고해 달라 이렇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A씨의 연락을 받은 친구는 즉시 A씨의 가족에게 연락을 해 경찰에 신고를 했고요. 이로 인해서 경찰이 이 모 씨의 집에 출동하였고, A씨는 출동 경찰에게 이 모 씨로부터 성폭행과 불법 촬영의 피해를 당하였다라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여성의 진술을 들어보면 바로 긴급 체포됐겠다 싶은데 어떻습니까?

◆ 박지윤 : 정말 A씨의 진술만 들으면 긴급 체포가 될 만큼 중대한 범행이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이 모 씨는 경찰서에 이미 동행된 후 별도의 긴급 체포 없이 귀가 조치되었습니다. 이 모 씨는 경찰에게 자신의 성폭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을 했고, 경찰이 육안으로 확인한 이 모 씨의 휴대전화에는 불법 촬영물이 없었는데요. 따라서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이 상반되고 이 모 씨가 임의 동행 및 휴대전화 임의 제출에는 동의를 했다는 이유로 긴급 체포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한 거죠.

◇ 이원화 : 떳떳하게 행동했다 이거죠. 그런데 이번 사건의 경우 그냥 집으로 귀가 조치시킨 이 부분이 정말 더 안타까운 것이 만약 경찰이 다른 조치를 취했더라면 어쩌면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 박지윤 : 네 맞습니다. 당시 경찰은 A씨로부터 피해 진술을 듣고 A씨의 얼굴과 몸에 있던 폭행 흔적까지 봤음에도 이 모 씨의 주장을 너무 쉽게 믿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조금만 더 유심히 살펴 이 모 씨를 긴급 체포하였다면 또 다른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경찰의 부실 대처가 많이 아쉽습니다.

◇ 이원화 : 검찰은 사형 구형했다면서요?

◆ 박지윤 : 네 검찰은 이 사건을 A씨 어머니에 대한 보복 살인과 A씨 남동생에 대한 살인 미수, 그 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를 했습니다. 보복 살인은 특별법에 따라서 일반 살인보다 더 가중되는 범죄로 사형 무기 또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고요. 검찰은 이만큼 이 사건이 극악무도한 범죄로 보아서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 이원화 : 재판부 판단은 어땠습니까?

◆ 박지윤 : 네, 우선 이 모 씨의 변호인은 법정에서 두 가지 쟁점에 대해서 다퉜습니다. 우선 이 모 씨의 보복 목적은 A씨에게 있었고, A씨 어머니에 대해서는 보복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보복 살인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개인 정보가 불법적으로 취득된 건지 전혀 몰랐다라는 주장이었는데요.

◇ 이원화 : 제명 변경을 시도한 거네요.

◆ 박지윤 : 네. 이에 재판부는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살해 행위의 직접 피해자인 어머니는 A씨의 친어머니고, 이 모 씨는 가족들 모두에게 당한 분노를 가지고 있었으며, 어머니의 참혹한 죽음으로 A씨가 큰 충격을 겪었음은 명백하다고 보아 이 모 씨의 보복 목적이 A씨와 어머니 모두에게 공통된 것이라고 봤고요. 또한 재판부는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이 모 씨가 흥신소를 통해 1~2시간 만에 주소지를 얻은 뒤 50만 원을 냈는데 통상 합법적인 방법으로 주소를 얻었다기엔 너무 짧은 시간에 주소가 전달되었고 과도한 금액이 들어갔다고 보아 이 모 씨 측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모 씨에게 사형에 처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라고 하면서도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박지윤 : 또한 재판부는 우리나라가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폐지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입법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효과를 위한 수단으로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수형인에 대해서 가석방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건 교정 당국에서 범행 내용과 정황 등을 고려해 가석방을 매우 엄격히 제한하는 방법으로 해당 형벌의 당초 목적과 효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 이원화 : 이 부분이 참 어려운 부분 같긴 합니다. 무기징역이 내려지더라도 한참 시간이 지나면 가석방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가석방된 이후에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까 사실상 사형이 집행되고 있지 않으니 사형을 구형하는 게 맞다라든지 혹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이거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나왔잖아요. 실제 정부안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만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됐던 거죠?

◆ 박지윤 : 네. 2023년 10월에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법무부에서 발의돼서 국무회의까지 통과했으나 국회에서 이제 총선이 겹치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최근까지도 무기형 수형자의 가석방 요건을 20년에서 30년으로 상향하는 항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 외에는 큰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고요.

◇ 이원화 : 박 변호사님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종신형이라고도 하죠. 필요하다고 보세요?

◆ 박지윤 : 사실 이건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가석방 심사는 사법부 판단 영역이 아니고 교정당국 즉 법무부 소관인데요. 판결문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이 사건과 같은 죄질이 극악한 범죄로 무기징역을 받은 경우에 가석방 요건을 갖추더라도 실제 법무부에서 가석방을 허가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실상 사형 제도가 사문화된 우리나라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하게 된다면 가석방 여부에 대해 사법부에서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게 되고 가석방의 가능성조차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처벌의 의미는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올 수 있겠죠. 사문화된 사형 제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저는 조심스럽게 필요하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이는 사형 제도에 대한 선제적 논의와 더불어서 신중히 접근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앞서 이야기 나왔던 흥신소 이야기 좀 해보겠습니다. 본인들은 아마 몰랐을 거예요. 자신들의 함부로 건넨 개인 정보가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박지윤 : 네 흥신소 관련자들도 자신들이 건넨 개인정보가 살인에까지 이용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 모 씨에게 개인정보를 건네준 흥신소 업자 윤 씨는 개인정보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요. 윤 씨에게 개인정보를 건네준 구청 공무원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 이원화 : 심지어 말씀해 주신 그 공무원은 이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넘긴 대가로 얼마를 받았냐 청취자분들이 들으시면 진짜 황당하실 수도 있는데 단돈 2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살인에 쓰일 줄 몰랐다 하더라도 무죄가 변명이 될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 박지윤 : 당연한 말씀입니다. 애초에 공무원이 개인정보를 흥신소에 넘기는 것 자체가 불법이고 살인에 쓰인다는 것까지 구체적으로 예상하지는 못했더라도 불법적인 곳에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용인하에 이루어진 건 사실이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흥신소 업이나 탐정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반대로 이를 관리하거나 규율할 수 있는 제도도 없는 상황이거든요. 이처럼 탐정업의 업무 범위나 권한 등을 정하는 후속 법안이 없는 상황에서는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고, 실제 흥신소 중에서는 양지와 음지를 넘나들며 운행하는 곳이 횡행하고요. 그래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하는 흥신소나 탐정사무소가 피해를 보는 상황입니다. 하루빨리 이에 대한 입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 이원화 : 사건 엑스파일 오늘은 전 여자친구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한 보복 살인 사건 다뤄봤습니다. 오늘 이 사건 다루면서 함께 이야기 나왔던 가석방 없는 종신형 그리고 탐정업법 신설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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