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은행, 대출금리로 ‘승부수’ 띄우나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금리를 연거푸 올리는 것과 반대로 일부 지방은행들은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대출 성장을 꾀하고 있다. 지역 경제 침체로 인한 위기를 금리 경쟁력으로 돌파하는 전략인데, 대형 시중은행들이 지역 시금고 유치 경쟁까지 뛰어들면서 지방은행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31%, 경남은행은 연 3.33%으로 집계됐다. 이날 5대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최저 금리는 KB국민은행 3.51%, 신한은행 3.61%, 하나은행 3.098%, NH농협은행 3.62%, 케이뱅크 3.64%로 이들 지방은행의 금리는 하나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22일부터 주담대 감면 금리를 최대 0.6%포인트 축소하며 금리 인상에 나선다.
주요 시중은행 대출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이날 KB국민은행은 20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신한은행은 21일부터 3년물 이하 대출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이날 아파트담보대출금리를 최대 0.15%포인트 인상했다.
가계대출 억제 차원에서 금리 인상을 거듭하는 주요 은행들 틈새에서, 지방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 금리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금리가 가장 높은 1년 정기예금 상품 10개 중 4개는 광주·제주·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이었고, 5대 은행은 모두 10위권 밖이었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주요 은행과 ‘반대 노선’을 타게 된 것은, 지역 경제가 침체하는 가운데 인터넷은행·대출 갈아타기 등으로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가계대출이 급성장한 지난 1분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각각 309억원, 2630억원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지방은행의 강점이었던 저원가성 예금도 인터넷은행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요구불예금은 2021년 30조원에서 올해 3월 말 25조원으로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인터넷은행은 17조원에서 46조원으로 불었다.
전문가들은 금리 경쟁력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지방은행들의 위기가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로 한층 심화됐다고 분석한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기업 및 기관 영업에서 시중은행의 지방 침투가 가속화되고, 가계 부문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금리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그간 지방은행은 지방자치단체 금고 등을 통해 저원가성 예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지역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선순환을 이뤄왔는데, 최근 시중은행들까지 자금력을 무기로 금고 유치에 뛰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4일까지 진행된 부산시금고 신청 접수에는 부산은행뿐 아니라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이 참여하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시중은행의 지역시금고 유치공세는 지역자금의 유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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