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엉뚱한 '플랫폼 때리기'…"정상 기업만 죽어난다"

최우영 기자 2024. 8. 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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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가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티몬·위메프 집단분쟁조정' 신청 접수를 온라인을 통해 받는다. /사진=뉴시스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 일명 '티메프 사태'에 따라 정치권과 정부에서 재발을 막겠다며 각종 규제방안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이 티메프 사태의 근본적 원인과 동떨어진 탓에 재발 방지는커녕 오히려 건실하게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상적인 기업들을 옥죄고 소상공인들의 유동성을 악화시키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티메프 사태 이후 '제2의 티메프'를 막겠다며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대한 개정안이 총 6건 발의됐다. 이 법안들은 주로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계좌) 제도 도입 △이커머스-PG(Payment Gateway, 전자결제대행사) 겸업 금지 △부가통신사업자 약관신고 의무 부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려면 해외 기업의 부실경영과 건전하지 못한 재무상태에 대한 관리감독, 강력한 사후 규제가 필요한데,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은 이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규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에스크로 도입의 경우 정산대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용계좌를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티몬과 위메프처럼 입점 사업자들에게 지급할 대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이커머스와 PG사가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예치금이나 신탁, 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판매대금의 전부 또는 상당한 비중을 다른 기관에 신탁하는 걸 강제할 경우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영세기업까지 현금 유동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이커머스-PG 겸업 금지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현재 대부분의 이커머스 플랫폼이 PG업을 겸업한다. 이는 통신판매중개와 PG기능을 결합해 입점 판매자들에게 빠르게 정산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커머스와 PG를 분리하더라도 PG 자체적인 대금 유용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일례로 최근 P2P 온라인투자업체 크로스파이낸스의 '선정산' 상품에 대해 PG사인 루멘페이먼츠가 자금 상환을 지연하면서 수백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가 PG를 겸업하면, 배송정보와 연동해 배송 시작 후 정산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빠른정산 서비스 등이 가능한데, 겸업을 막으면 이처럼 '빠른 정산'이라는 선순환 효과까지 막게 된다"며 "통신판매중개업과 PG업을 분리할 경우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비용은 PG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와 중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부가통신사업자 약관신고 의무화는 티메프 사태와 가장 동떨어진 대책으로 일컬어진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입법 취지에서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이용자 정보수집 △서비스 알고리즘의 불투명한 적용 △약탈적 가격 설정 △서비스 해지와 중지 고지 등을 지적하는데, 이는 티메프 사태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를 낸 티몬과 위메프 등의 외국계 기업은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는 데 반해,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 온 국내 기업들이 되레 피해를 보는 상황을 지적한다. 실제로 대다수 국내 플랫폼은 혁신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짧은 정산주기를 제공하며 이용자 편익과 입점 사업자들의 운영자금 효율성을 높여왔다.

티메프의 정산 주기가 40~50일이었던 데 비해 네이버의 경우 결제 후 3~8일의 정산 주기를 보였다. SK 계열 11번가는 구매 확정이나 반품 완료 후 2영업일 내에 정산이 진행됐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간편결제 플랫폼들은 티메프 정산지연 사태 이후 이용자 결제액을 선제적으로 환불해주며 피해 최소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의 문제를 이커머스 플랫폼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졸속 입법하며 대대적 규제로 해결하겠다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였던 과도하게 긴 정산주기를 적정선으로 규제함과 동시에 부실하게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금감원의 제재권한을 일정부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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