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노릇 간호사 안돼" 의협, 간호법 제동 위해 '정권퇴진운동' 선언

정심교 기자 2024. 8.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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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국회 청문회 등 현안 관련 의협 기자회견에서 응급실 진료불가능 메시지를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4.8.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전공의 업무 일부를 대신할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의 존재를 인정·보호하겠다는 간호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간호법안의 입법화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간호법안 입법화를 멈추지 않으면 윤석열 대통령 정권 퇴진 운동을 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의정갈등을 풀 첫 단계로 이들은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 교육부 주요 관계자를 경질해달라고도 정부에 촉구했다.

1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국회 청문회 등 현안 관련 의협 기자회견'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국회는 오는 22일까지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 등 의료악법의 진행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22일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여야가 발의한 간호법안에 대해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여야가 간호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임을 예고해, 22일 법안소위 이후 28일 본회의 상정까지는 간호법안 입법화가 '논스톱'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그는 'PA간호사'를 '의사 노릇 간호사'라고 지칭하며, "이들을 합법화하려는 간호법이 과연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인가"라고 물었다.

이날 임 회장은 기자들에게 경북대병원 응급실의 19일 종합상황판 인쇄물을 꺼내 보이며 간호법안이 통과돼선 안 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 상황판에 따르면 장중첩증으로 장폐색이 유발된 유아는 '의료진 부재'를 이유로 치료(장중첩증 정복술)받지 못한다고 안내돼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경북대병원은 240만명이 사는 대구광역시의 상급종합병원이자 국민의힘 지지자가 가장 많이 사는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해있다"며 "장 꼬인 것도 못 풀 정도로 이곳 지역의료가 이렇게 철저히 망가졌는데 과연 이곳에서 국민의힘을 계속 지지하겠는가? 이게 정상적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복지위-교육위 연석 청문회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4.08.19. ks@newsis.com /사진=김근수

의협은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의학교육소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공동으로 진행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언급된 내용도 비판했다.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배정위)는 지난 3월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결정한 이후 대학별 증원 규모를 결정했던 회의체다. 그런데 이날 청문회에서 교육부가 지난 3월 2000명이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의 대학별 배분을 심사한 위원회 회의록을 파기했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애초 회의록을 만든 적 없다고 말을 뒤집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임 회장은 "이런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관료들에 의해 우리의 자랑스러운 의과대학과 수련병원이 무너졌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졸속 정책으로 부실하게 교육받은 의사에게 생명을 맡기고 싶은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향해 "이 의료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 의료농단과 교육농단 '5적'의 경질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의료사태 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가 지목한 '5적'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등 5명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임 회장은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망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의협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앞장설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정당하다. 국민 여러분도 그간 누려온 의료혜택을 단 하나도 빼앗기지 않고 여러분의 자녀가 누릴 수 있도록 의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정부를 혼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사들 사이에선 임 회장을 비롯한 의협이 간호법안 입법화를 방관했다는 점, 이미 여야 합의로 본회의 통과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뒷북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 겸 대변인은 "의대 증원 사태로 시작된 의료파국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머지 악법에 대해 정부와 제대로 논의할 구조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22일 법안소위에서 국회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날 의협은 최근 논란을 일으킨 '36주 아기 낙태 사건'과 관련, 임신 22주차 이후 낙태 건에 대해 제보받기 위한 의협 콜센터(1566-2844)를 개소했다고 밝혔다. 이 센터를 통해 회원 징계사유가 발생하면 의협 중앙윤리위원회 규정 제5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회원 권리 정지 △고발 또는 행정처분 의뢰 △위반금 부과 △경고 및 시정지시 등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최안나 총무이사는 "살릴 수 있는 아기는 살려야 한다는 게 의협의 일관된 생각"이라며 "36주 아기 낙태 사건은 국회와 정부가 관련 법을 만들지 않아 생긴 참극이다. 정부와 국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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