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해진 전기車의 `눈물`… 핵심은 `소방설비` 의무화

박한나 2024. 8. 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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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100% 완충 제한'이 기술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임에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연이어 공동주택에 적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충전율 제한 조치로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전기차 포비아는 확산되는 모양새다.

19일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경기, 서울 등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완충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금지를 연이어 공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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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쿨러·방화벽 설치 강조
완충 제한 조치는 불필요 비판
대구 동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구역에 전기차 관리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 사이트에 공유된 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협조 요청문. 온라인 사이트 캡처.

'전기차 100% 완충 제한'이 기술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임에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연이어 공동주택에 적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충전율 제한 조치로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여전히 전기차 포비아는 확산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모두 화재가 크게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히려 화재의 초기 확산을 막는 스프링클러의 설치나 방화벽 설치 등 소방설비 의무화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경기, 서울 등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완충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출입금지를 연이어 공지하고 있다. 엘리베이터 등에 '100% 충전 제한', '정부 방향은 90% 정도 충전되도록 유도할 예정', '과충전을 삼갑시다' 등의 문구로 전기차를 소유한 입주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미 전기차 제조사들은 안전을 고려해 충전율을 95~97%로 제한하고 있다. 계기판에 '충전율 100%'라고 표시돼도 실제 95~97%만 충전되며, 과충전을 방지하는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이 내재돼 있는 상황에서 완충 제한 조치는 기술적으로 불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도 서울시가 추진하는 '90% 이하로 충전을 제한한 전기차만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도록 준칙 개정에 대해 "방법론상 옳다고 해도 엄밀한 검증 후에 발표되면 좋지 않았겠나"며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범부처 종합대책을 강구 중이어서 지방자치단체에도 정부의 종합대책과 통일된 입장이 나오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화재 대책이 충분한 과학적 검증 없이 발표된 점을 지적한 셈이다.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전기차 보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모두 화재가 발생하는 만큼 특정 차량 유형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다. 오히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안전 대책 마련과 실질적인 위험 관리로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전기차의 위험성만 강조되고 있지만, 호주 스윈번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와 디젤차 화재 위험이 전기차 화재 확률보다 최대 80배 높다. 연구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를 세계적으로 추적하는 호주회사인 'EV FireSafe'를 인용해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 세계적 전기차 배터리 관련 화재를 393건으로 집계했다. 세계 전기차 이용량이 약 3000만대임을 고려하면 0.00131%다.

전문가들은 충전 제한보다 초기 진화를 위한 소방설비인 스프링클러의 설치와 작동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불을 완전히 끄지는 못하지만, 불길이 확산되거나 주변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스프링클러를 촘촘하게 설치하고,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효과적인 작동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실제로 물이 분사되는지 여부를 검사하지 않고 단순히 경고등이나 벨소리 기능만 점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차에 쏟아지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리 차주에게 예고하거나 스프링클러 시스템의 위치와 설계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며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물을 항상 공급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작동 여부도 중요한 검사 포인트인데 이런 점검으로 실제 화재에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진주 전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차 한 대에서 불이 났을 때 옆 차에 번지시는 시간이 약 1분에서 1분30초"라며 "아무리 소방차가 빨리 와도 옆으로 불길이 번지기 때문에 배터리 불길을 잡기 위해선 전기차 주차장 바닥에 방화벽을 세우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배터리 내부의 열폭주를 잡으려면 목욕탕 욕조처럼 물을 채우는 방법밖에 없다"며 "과속 방지턱처럼 일종의 차 앞뒤에 턱을 세우면 하나의 소화수조가 되는 만큼 방화벽과 소화수조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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