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조카’로 이름 알린 양제이, 목표는 KBO 지명··· 스물두 살의 ‘코리안 드림’은 이루어질까
심진용 기자 2024. 8. 19. 16:27
키 1m98에 몸무게 110㎏. 멀리서 봐도 확 눈에 띄는 체격조건에 최고 구속 152㎞ 빠른공을 던진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삼촌은 국내 프로농구 전설적인 스타 플레이어다. 프로필만 봐도 스카우트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고, 가족관계만 해도 화제가 되는 선수다. 올해로 22세, 양제이(미국명 제이 아가니아)가 KBO리그 트라이아웃 무대에 섰다.
삼촌 양동근 따라 처음 간 잠실··· 그때부터 KBO리거 꿈을 키웠다
19일 오전 10시, 경기 이천 LG챔피언스필드(LG 퓨처스구장)에서 KBO리그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해외 출신 선수, 고교·대학 선수 등록 후 중퇴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오디션이다. 2013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12번째다. 투수 8명과 야수 7명 등 모두 15명이 이날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양제이는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지원자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녔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지난 5월 대학을 졸업했다. 고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야구를 했고, 한국에서 야구가 하고 싶어 돌아왔다. 지난달부터 독립야구단 화성 코리요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양제이에게 ‘코리안 드림’을 불어넣은 이는 외삼촌인 양동근 울산모비스 수석코치(43)다. KBL 역대 최고의 가드로 꼽히는 바로 그 양동근이다. 양동근의 누나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양제이다.
양제이가 KBO 선수를 꿈꾼 건 2년 전 잠실 직관 이후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러 한국에 왔다가 ‘같이 야구 보러 가자’는 삼촌 양동근의 말에 경기장을 찾았다. 대학원 진학 후 1년 정도 더 미국 대학 리그에서 뛰어야겠다는 생각을 고쳐먹은 것도 삼촌의 말을 듣고 나서였다. 양제이는 “이제 나이도 있는데, 빨리 한국 들어와서 도전하는 게 낫다고 말을 해줬다”고 했다.
양제이는 이날 20개 정도 공을 던졌다. 빠른공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던질 수 있는 공을 골고루 던졌다. 양제이는 “컨디션은 좋았는데 속도가 조금 덜 나온 게 아쉽다”고 했다. 이날 양제이의 구속은 145㎞ 전후가 나왔다. 가장 빠른 공은 147㎞를 찍었다.
양제이는 미국과 한국 이중국적이다. 만약 KBO리그 부름을 받고 프로선수로 뛰게 된다면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군대 갈 생각을 진작에 굳혔을 만큼 한국에서 야구하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이제 두 달 남짓 독립구단 경험이 전부지만, 한국에서 야구 하며 배운 것도 많다. 양제이는 “미국에서 야구할 때는 이기려는 느낌이 사실 없었는데, 여기서는 다들 잘하려는 느낌이 컸다. 여기서 야구하는게 더 재밌고,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 계속 야구를 했던지라 한국 야구 문화에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지만, 양제이는 “한국에서 야구만 하면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기대된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체격조건은 나무랄 데 없는데··· 양제이의 꿈은 이뤄질까
양동근 코치의 아버지·어머니, 그러니까 양제이의 외할아버지·외할머니가 이날 남양주 집에서 이천 챔피언스필드까지 양제이를 데리고 왔다. 외할아버지 양제신씨(74)가 차를 운전했다. 양제이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외할머니 신영숙씨(72)는 “추어탕이며 순댓국이며 한국 음식 하나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적응 잘 할 거다”라고 했다. 한국말도 발음이 약간 다르게 들릴 뿐, 의사소통에 문제 없는 수준이다.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의 할아버지·할머니와 자주 통화를 했던 덕분이라고 했다.
할머니의 걱정이라면 손주가 너무 착하다는 거다. 신씨는 “제이도 정말 열심히 운동은 하는데, 동근이처럼 오기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좀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라고 했다. “동근이가 운동할 때는 안 그랬는데, 제이 운동하는 거 보면 많이 힘들 텐데 너무 안쓰럽다”고 했다. 어머니가 아들을 보는 마음과, 할머니가 손주를 보는 마음이 또 다르다. 신씨는 “동근이가 프로 지명을 받을 때는 그저 설렜는데, 만약에 제이가 지명을 받으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제이가 프로 지명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금 고교와 대학 무대에서 프로 지명을 준비하는 다른 선수들, 그리고 각 구단 퓨처스리그에서 1군 진입을 위해 땀 흘리는 선수들과 비교해 확실히 낫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체격조건은 훌륭하지만, 아직 자기 힘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것 같다는 평가가 현장에서 나왔다. 양제이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는 “그거는 저도 느끼는 건데,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 잘 몰랐다. 한국에서 코치님하고 경기하면서 계속 폼도 바꿨다”고 했다. 이날 트라이아웃에서도 최근 바꾼 폼으로 공을 던졌다.
양제이가 가장 좋아하는 투수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시속 160㎞ 강속구를 던지는 오클랜드 마무리 메이슨 밀러다. 양제이와 같은 대학 리그에서 뛰었다. 한국인 투수 중에는 누가 가장 좋으냐고 했더니 “현진 류”라고 했다. 류현진(한화)의 부드러운 폼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양제이는 KBO 구단의 지명을 받을 수 있을까. 2025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다음 달 9일이다. 이날로 21일 남았다.
이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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