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분수처럼 솟아요”…폭염 속 도시가스 검침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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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분회장은 "경기도 도시가스 회사는 (민원을 줄이기 위해) 고객들에게 아예 '여름철 폭염 속에서 일하는 검침원을 보호하기 위해 격월검침을 시행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한겨레에 "일부 도시가스 회사들이 격월검침을 시행하다 도매사인 한국가스공사와의 정산 문제로 중단된 상황"이라며 "격월검침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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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던 지난 16일 오전 9시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가스검침을 하던 허보기(48)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도시가스분회장이 담벼락을 타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물은 건물 외벽에 높이 매달려 있는 도시가스 계량기였다. 땀방울을 채 닦지도 못한 그는 계량기 수치를 확인하려고 주택 사이 좁은 틈으로 몸을 욱여넣었다. “기온이 35~36도까지 올라가는 날에는 땀이 분수처럼 솟아요.” 이날 최고기온은 34도. 홍제동 언덕과 계단을 오르내리던 허 분회장 목에 두른 손수건은 이미 젖어 있었다.
지독한 폭염에 정부가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에게 이런 대책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서울시는 2019년 ‘도시가스회사 공급규정’을 개정해 이듬해부터 ‘주택의 취사전용, 하절기(6월∼9월) 난방용 도시가스는 격월로 검침을 실시할 수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며 ‘격월 검침’ 규정을 만들었다. 가스사용량이 적은 여름철에는 6월과 8월 또는 7월과 9월에만 검침을 실시하고 건너뛴 기간에는 전년 동월 사용량, 전월 사용량 등으로 가스 사용량을 추정해 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규정은 권고사항이라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에게 ‘격월 검침’은 요원하기만 하다.
8년차 도시가스 안전점검원인 허 분회장은 3500세대를 맡고 있다. 매달 세 차례 가스계량기를 검침하고 고지서를 송달하며 각 세대를 방문해 가스 안전점검도 해야 한다. 허 분회장은 비가 와도 햇볕이 내리 쬐어도 하루 평균 2만보를 걷는다. 15년 차 점검원 염순난(52)씨는 새벽 6시부터 서울 은평구 불광동 일대 검침에 나섰다. 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서였다. 염씨는 “아침 9시만 돼도 땀에 흠뻑 젖어 멀미가 나서 계속 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허 분회장과 염씨가 속한 서울도시가스 강북4센터, 5센터는 ‘부분 격월검침’을 도입하고 있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염씨는 “한달간 단독주택, 빌라 등에 대한 검침만 건너 뛰라는 건데, 이마저 노동조합에 가입되지 않은 다른 센터에서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허 분회장은 “영업용 가스, 경감세대 가스 검침에 더해 아파트 대문에 세대원들이 써둔 가스 사용량을 확인하는 ‘대문 검침’은 회사가 그대로 실시하라고 해 사실상 똑같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점검원들의 요구는 규정대로 여름철엔 모든 점검원이 검침만이라도 격월로 진행하는 것이다. 허 분회장은 “경기도 도시가스 회사는 (민원을 줄이기 위해) 고객들에게 아예 ‘여름철 폭염 속에서 일하는 검침원을 보호하기 위해 격월검침을 시행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 관계자는 한겨레에 “일부 도시가스 회사들이 격월검침을 시행하다 도매사인 한국가스공사와의 정산 문제로 중단된 상황”이라며 “격월검침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격월검침을 시행할 경우 주택과 영업 등 용도별 구성비에 왜곡이 생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도시가스 회사들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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