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SK가 그리는 AI 큰 그림은?
SK 그룹 역량 총집결해 AI 밸류 체인 리더십 강화
한국형 IRA 지원해주면 AI 인프라 발달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인공지능 밸류 체인(AI value chain ·AI 가치 사슬)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AI 칩-AI 인프라-AI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골드러시 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파는 것이 AI 칩이고, 철도를 구축하는 것이 인프라고, 금광을 운영해서 금을 캐는 것이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보면 곡괭이 청바지를 파는 AI 칩 회사가 돈을 많이 벌고 있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쪽은 데이터 센터에 투자하며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AI 서비스는 아직 돈을 못 벌고 있지만, 여러 서비스가 등장하며 수요의 서막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19일부터 사흘간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이천포럼 2024' 개회사에서 'AI로 돈 버는 관점'과 'SK가 그리는 AI 밸류 체인'에 대해 설명했다. 유 대표는 SK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ICT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AI 시대에는 2022년 11월 챗GPT 이후 AI 혁명에 올라타서 AI 기술, 서비스 패권을 잡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한 상황"이라면서 "전례 없이 빠르게 AI가 확산되고 있고, 인터넷·모바일 기술 확산 속도보다 2배 이상 빠르고 산업 생산성은 70% 가까이 향상시키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1500억달러 정도였던 글로벌 AI 시장은 2030년이 되면 9배 가량 성장해 1.3조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작년 우리나라 GDP와 비슷한 수준이다. AI 영향력은 개인이나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세계 경제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AI 산업은 '공급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봤다. 유 대표는 "지금 LLM(거대언어모델) 사업자들이 돈을 많이 쓰고 있는데 거의 다 데이터 센터에 지불하고 있다"며 "데이터 센터 사업자들은 그 돈을 엔비디아, 하이닉스의 칩을 구매하는 데 투자했고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급등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제 그 사업자들의 고민이 시작됐다"며 "데이터 센터 사업자들은 어떻게 하면 반도체 값이나 운영 원가를 줄일 수 있을지, LLM은 LLM대로 어떻게 하면 데이터 센터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지를 고민한다. 공급 측면의 사업은 여기에 답을 내리는 사업자가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아직 AI로 제대로 돈을 버는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아 거품,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곧 다가올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 인공지능) 시대에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기술,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한 자만이 AI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탄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AI 골드러시 상황에서 SK 그룹은 멤버사가 보유한 역량을 총집결하고 AI 서비스로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 체인 리더십을 강화해 AI로 인한 변화의 기회를 빠른 속도로 잡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칩 쪽은 이미 하이닉스가 HBM을 필두로 승기를 잡고 있는데, 향후 5년 간 82조 원 이상을 투자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고, AI 인프라는 AI 데이터 센터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 AI 데이터 센터 시장에 과감히 투자하여 선도 사업자로 올라서고, 글로벌에서는 AI 데이터 센터 솔루션 사업자로 사업 모델을 확장하며 이 과정에서 AI 데이터 센터의 최대 난제인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그룹 내 에너지 멤버사의 솔루션을 집중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AI 서비스는 SKT가 작년에 정식 출시한 AI 개인비서 서비스인 에이닷과, 올해 말 미국 출시를 앞둔 글로벌 퍼스널 AI 에이전트 서비스, 즉 GPAA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는 SK C&C, SKT, SK네트웍스가 모여 사업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 대표는 "한국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지원해주면 이른 시일 내 AI 인프라가 발달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청정에너지 전환 촉진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2022년 제정한 법률이다. 최근 발의된 한국형 IRA 법안도 이 같은 탄소중립 사업 지원과 첨단 산업군 투자세액 공제 등을 골자로 하는데, 유 대표는 AI 투자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이 법안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로 8회 째를 맞은 이번 이천포럼에서는 AI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어진다. SK그룹은 AI에 중점을 두고 사업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AI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AI뿐 아니라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80조 원의 재원 확보도 추진하기로 했다. 투자 활동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달 SKT는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전문 기업인 스마트 글로벌 홀딩스에 2억 달러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첫날 일정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계열사 주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참석했다. 또한 AI 분야 각계 리더와 사회적가치연구원(CSES), 대한상의 및 울산상의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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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h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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