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대규모 전력 '직류 송전'…에너지 손실 최소화
무효전력을 최소화하면서 대규모 전력 전송을 효율적으로 해야 하는 시대에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망 확충을 위한 기술 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한전의 이번 사업으로 전기의 흐름을 자유롭고 빠르게 제어할 수 있게 됐으며, 신재생에너지 도입에 필수인 해상풍력을 위한 용지 확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은 국내 제작사와 함께 연구과제 형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경기 양주에 200메가와트(㎿)급 BTB(Back To Back)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전압형 직류송전(HVDC) 설치를 완료했다. 지난 3월부터 실계통에 투입해 약 1년간의 시험운전을 통해 검증할 예정이다. 한전은 계통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비의 기술규격 제시, 설계 검증, 변환소 설계·구축, 시스템 성능 평가, 계통 연계 시험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시스템 설치 후 HVDC 운전 전략을 수립해 정상상태·비상상태 때 최적 운전 조건을 도출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전이 관련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대규모 전력 전송을 위해 HVDC 기술 방식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직류를 수송하는 HVDC에도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MNC 전압형 HVDC 기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기술은 IGBT(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 반도체 소자를 이용해 빠르게 교류를 직류로 바꾸고 조류(전기 흐름)를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정전 때도 외부전력 전송망에 의지하지 않고 발전소나 전력망 일부를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블랙 스타트' 등 다양한 장점을 갖췄다. 또 과거에는 반도체 소자 가격으로 경제성 문제가 존재했지만, 기술 발달로 소자 가격이 내려가 관련 문제도 해소됐다. 해상풍력 등 분산 전원 증가와 도시 전력망 복잡화로 전기 흐름을 자유롭고 빠르게 제어할 수 있는 장점이 주목받아 전 세계에서 트렌드로 떠오르는 추세다.
한전의 부설 연구소인 전력연구원은 약 20년 전부터 HVDC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왔다. 전류형 HVDC 기술은 세계적으로 글로벌 기술 기업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었으며,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로 꼽혔기 때문에 한전은 전압형 기술 연구에 집중했다. 이 때문에 HVDC 시스템의 높은 기술 장벽인 제어 시스템 구축 기술 확보가 비교적 쉬워 한전과 국내 제작사에 MMC는 선진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일종의 도약 기술로 평가받았다.
이 기술은 용지 확보에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해상풍력에 유리한 것도 장점이다. 오작동과 열화 등을 발생시키는 고조파 필터가 필요 없어 설비를 설치하기 위한 용지도 전류형 기술 대비 50~60% 수준이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바람의 질이 좋아져 효율이 올라가게 되는데 바다 멀리서 해상풍력이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보내려면 해저케이블로 전송해야 한다. 이때 HVDC 기술을 이용하면 무효전력을 최소화해 전력회사는 전력 구입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한전은 양주와 서해안 두 곳에서 연구과제와 실증을 통해 MMC 전압형 HVDC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주에 설치된 MMC 전압형 HVDC가 성공적으로 시험운전을 마치면 인근 교류(AC) 선로 과부하 해소와 고장전류 감소, 전압 불안정 해소, 계통 손실과 제약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전압형 HVDC 국산화로 해외 제조사를 통한 기술과 달리 신속하고 안정적인 설비 운영과 유지·보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제조사 간 경쟁이 활성화돼 구매비용이 절감되고, 해외 기업들과의 단독 입찰과 담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별취재팀=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 홍혜진 기자 / 이희조 기자 / 한상헌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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