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유출, 불공정거래… 내 폰에 깔려 있는 앱의 '위험한 마케팅'
아무도 말하지 않는 선탑재앱➋
선탑재앱이 야기하는 문제들
소비자의 권리 침해 심각해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 무시 못해
기업의 독점 지위 강화하는 수단
소비자 붙잡아 두는 족쇄 역할도
은근슬쩍 소비자 권리 침해
선탑재앱 이대로 괜찮은 걸까
# 새 스마트폰은 결코 '비어 있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켜면 수십개의 앱이 자동으로 깔리죠. 이런 앱들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계산기'나 '달력'처럼 소비자 편의를 위해 제조사에서 만든 앱과 통신사·OTT 등 제조사가 특정 기업과 제휴를 맺고 설치하는 기업 앱입니다. 이런 앱들을 모두 '선탑재앱'이라 부릅니다.
# 나름 유용하게 쓰이는 제조사 앱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비자가 원하지도 않는 '앱'이 미리 깔려 있는 건 괜찮은 걸까요? 그중엔 삭제가 불가능한 앱도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하게 느낄 법도 합니다.
# 이를 두고 혹자는 "신경이 쓰이면 그냥 화면 한쪽에 몰아넣고 안 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릅니다만, 그리 간단하게 끝낼 얘기가 아닙니다. 개안정보 유출 가능성, 불공정거래 등 선탑재앱에 숨은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스쿠프 視리즈 '아무도 말하지 않는 선탑재앱' 2편에서 기업들이 말하지 않는 선탑재앱의 이면을 살폈습니다.
우리는 지난 1편에서 선탑재앱(Pre-installed Apps)을 둘러싼 논란이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선탑재앱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공급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이통사가 미리 설치해 둔 앱을 말합니다.
논란의 중심은 이통사 자체 앱입니다. 대부분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삭제할 수 있지만, 일부는 삭제 기능이 아예 막혀 있어 제거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일반 소비자가 따라하기엔 방법이 무척 복잡하죠.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6'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SK텔레콤에서 이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13개의 통신사 선탑재앱이 설치될 겁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2개죠. 이것도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겁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3년엔 한 통신사에서 무려 69개에 달하는 삭제 불가능한 선탑재앱을 설치했으니까요(SK텔레콤‧갤럭시S4 기준).
과거와 다르게 이제는 선탑재앱 대부분을 지울 수 있다고 해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소비자 및 광고 심리학을 다루는 부수현 경상대(심리학) 교수는 "소비자는 이득을 얻는 것보다 손실이 생기는 것을 회피하려 하는 '손실 혐오' 성향이 짙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손실 혐오의 개념을 선탑재앱 상황에 적용하면 이렇다. 소비자는 앱을 삭제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삭제했을 때의 손실에 초점을 둔다. 그렇기에 당장 선탑재앱이 손실을 입히거나 위협이 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앱이어도 일단 가지고 있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에게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해도 선탑재앱이 제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문제➊ 소비자 권리 침해 = 선탑재앱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부 교수는 선탑재앱이 크게 3가지의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첫째는 선탑재앱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점입니다. 선탑재앱의 필요성과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건 다름 아닌 기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없습니다. 선탑재앱이 설치돼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는 삭제하느냐 마느냐만 결정할 수 있죠.
■ 문제➋ 개인정보 침해 = 적지 않은 선탑재앱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일례로, 지도 앱이나 내비게이션 앱은 소비자의 위치 정보나 연락처, 행태기록 등을 수집합니다. 이들 중 일부는 소비자가 앱을 쓰지 않는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실행되죠.
하지만 소비자 상당수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알고 있어도 앱의 기능을 제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 있는 환경설정으로 들어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앱이 가진 권한들을 없애야 하는데, 스마트폰 사용법이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에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탑재앱이 야금야금 스마트폰의 자원을 사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내비게이션 앱의 경우 스마트폰의 GPS 자원을 활용하고, 음원 스트리밍 앱은 한번 실행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꺼도 계속 작동합니다. 그만큼 배터리가 닳는 속도도 빨라지죠. 이들 앱에서 종종 홍보 알림이 뜨는 것도 소비자를 번거롭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 문제➌ 불공정 거래 = 선탑재앱은 시장에서 기업의 독점적인 지위를 더 공고하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설치되는 앱인 만큼, 접근성 측면에서 다른 앱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부수현 교수는 "선탑재앱은 소비자에게 해당 서비스만 쓰게 하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부여한다"면서 "경쟁사가 선탑재앱보다 더 뛰어난 앱을 개발해도 소비자들이 그 앱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스마트폰에 깔린 선탑재앱의 현주소입니다. 언뜻 보기엔 소비자를 위해 미리 만든 앱 같지만, 그 이면에는 슬그머니 앱을 홍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기업의 탐욕이 숨어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소비자는 별생각 없이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생각으로 선탑재앱을 씁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셈입니다. 은근슬쩍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선탑재앱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별다른 해가 되지 않으니 이대로 둬야 할까요?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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