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땅 헐값에 넘겼더니"… 속초 옛 동우대학 '먹튀' 논란
3.3㎡당 2,300원 매입 시유지 18만㎡ 포함
"특혜 받아 매입해 시세차익 노리나" 반발
속초시, 최대 5년 개발제한구역 묶어 대응
강원 속초시에서 대학부지 매각을 둘러싼 '먹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속초시가 40여 년 전 대학 설립을 위해 염가에 제공한 부지 인근에 고속철도 역세권 등 개발호재가 등장하자 사학재단 측이 지역사회의 동의 없이 되팔아 시세차익을 챙기려 하기 때문이다.
속초지역 40개 사회단체로 이뤄진 옛 동우대학 부지 매각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달 말 시민 3만 명이 서명한 서명부를 대통령실과 국회, 교육부에 전달하겠다고 19일 밝혔다. 비대위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사학재단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논란은 지난 5월 경동대 재단이 속초 노학동 옛 동우대학 학교용지(20만5,799㎡)와 온천지구 지정부지(9만6,413㎡) 등 축구장 42개와 맞먹는 30만2,390㎡, 교사를 비롯한 건물 14동(4만8,574㎡) 매각을 공고하면서 촉발됐다. 토지와 건물을 합친 입찰 예정가격은 855억2,659만 원이다. 재단 측은 부지 인근에 동서고속철도와 동해북부선철도 속초역세권 개발로 미니 신도시가 조성된다는 개발호재를 공고문에 담았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매각 대상에 재단 측이 1980년 속초시로부터 3.3㎡당 불과 2,300원, 모두 1억3,050만3,559원에 사들인 부지 18만1,597㎡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재단 측이 매각을 위해 내놓은 부지의 절반 이상이다. 이 땅을 기반으로 같은 해 속초경상전문대학이 설립됐고 1998년 동우대학으로 교명을 바꿔 운영됐는데 2013년 경동대와 통합돼 문을 닫았다. 폐교 이후 11년간 상권공동화 등으로 지역주민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이런 가운데 재단 측이 최소 400억 원대 차익이 예상되는 부지매각에 나서자 민심은 들끓고 있다. 김덕용(56) 비대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속초시와 지역사회 배려로 헐값에 확보한 땅을 아무런 협의 없이 팔아 넘기려 하는데 대해 시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라며 "학교를 살릴 생각은 안 하고 고속철도 역세권이란 입지 조건을 이용해 저렴하게 넘겨받은 땅을 매각하려는 것은 부동산 투기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역사회에서는 대학 폐교로 용도 폐기된 '시유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엄정용(64) 속초상공회의소장은 "지성의 산실이어야 할 대학이 부동산 투기를 자행하는데 분노한다"며 "경동대는 동우대학 설립 당시 헐값에 사들인 토지를 속초시에 환원 및 반환하라"고 압박했다.
속초시 역시 6월 21일 경동대 측이 매각하려는 부지를 최대 5년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묶는 강경책을 내놨다. 시는 재단 측의 부지매각 공고를 더 이상 학교를 운영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달 4일 동우대학 부지 입찰에는 응찰자가 없었다. 재단 측이 교육부 허가를 받아 부지를 매각할 수 있는 법정 시한은 내년 1월 8일까지다. 학교 법인이 요청할 경우 1년 더 효력 연장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대학 부지를 활용한 수익사업 등 재정 개선을 위해 2022년 6월 개정한 교육부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사학재산관리지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교육부는 사립대가 현재 쓰지 않는 땅이나 건물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처분한 금액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강정호(52) 강원도의원(속초1)은 "매각에 앞서 자산 매입 과정을 철저히 파악해 이번처럼 지역사회 도움을 받아 확보한 자산의 경우 관할 정부, 지자체 등과 협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용 토지를 수익용으로 바꿔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선례로 남아서는 안 된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이에 본지는 경동대 재단 측에 수차례 부지 매각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문의했으나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속초=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서 넘어온 플라스틱 '파란 통' 정체는… 쓰시마 사람들은 다 안다 | 한국일보
- [단독] '36주 낙태' 병원장, 태아 시신 화장했다… '살인 혐의' 입증 어려워지나 | 한국일보
- 김완선 "故한백희에 13년간 가스라이팅...유리성 갇힌 느낌이었다" | 한국일보
- 박수홍, 23세 연하 아내에 지극정성 "25kg 쪘지만 예뻐" | 한국일보
- 달 뒷면에 조선 천문학자 '남병철' 이름 새겼다... 한국인 최초 명명 | 한국일보
- 귀 두 개 달린 검은 물체, 우리 해변을 쑥대밭으로 만들다 | 한국일보
- '음주 뺑소니' 김호중 "혐의 모두 인정"... 다음 달 말 결심 | 한국일보
- 이경실 "아들 손보승, 임신 고백에 소름 돋았다…결혼 전 우려" | 한국일보
- '김치 싸대기' 날리지 않는다... 드라마 속 '여성 정치인'이 달라졌다 | 한국일보
- 송영길, 6년 전 이혼 깜짝 고백… "두 아들 내가 키운다"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