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폭주 저지’와 ‘민생 챙기기’…이재명 대표 연임 첫날 메시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가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헌화를 한 후 방명록을 쓰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기 지도부 출범 첫날 ‘정권 폭주 저지’와 ‘민생 챙기기’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친이재명(친명)계 일색 지도부로 새로 꾸린 당 지도부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추진 등 대여 투쟁의 고삐를 죄고, 이 대표는 민생 의제의 주도권을 쥐며 대권 주자 입지를 굳혀가겠다는 ‘투 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거기에다가 우리 국민의 민생을 챙기는 일 또한 가볍게 볼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를 견인해서 또 여당을 설득해서 국민의 민생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최대한 발굴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야 대표 회담을 재차 제안했다. 그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께서 여야 대표 회담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신다고 해서 지금 대표 비서실장에게 실무협의를 지시해놓은 상태”라며 “빠른 시일 안에 만나 민생 문제와 정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하자”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긍정적 입장을 밝힌 만큼 여야 대표 회담은 이르면 8월 말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의 대표 회담 제안과 관련해 “대단히 환영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대표회담을 통해 여야가 미뤄진 여러 민생 과제에 대해 실질적인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다양한 의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다만 이 대표가 전날 제안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영수회담이 먼저가 아니라 여야 민생정치 복원이 먼저”라며 “야당 대표의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당 대표”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의 폭주 저지를 강조한 만큼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협치 행보와 별개로 민주당의 고강도 정권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인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발의하겠다고 말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포함해 더 강화된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도 발의한 상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표를 향해 “당대표 선거 때는 (채 상병 특검에 대해) 제3자 추천해야 한다고 했다가 당선 뒤엔 발을 빼더니 다시 추가 조건 덧붙이며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안쓰럽다”며 “조건 달지 말고 토 달지 말고 특검법을 발의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해 행정부 견제 기관으로서의 국회 역할을 강조하며 협조를 요구했다. 그는 우 의장에 “국민의 주권 의지가 제도에 의해 봉쇄당하거나 굴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중립해야 하는 입장에 있어 어려움이 있으시겠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게 국민의 의지와 뜻이 묵살되지 않도록 각별한 배려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 등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22일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다. 이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당내 비주류를 껴안는 ‘원팀’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