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예술영화 ‘희생’도 4K로 재개봉... 고화질 영화가 새 시장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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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1932~1986)의 유작 '희생'(1986)은 국내 예술영화 시장에서 이정표가 된 고전이다.
'희생'과 '전장의 크리스마스' 등을 수입한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최근 예술영화 시장에서 잘되는 영화에만 관객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관객 충성도와 인지도가 있는 옛 영화를 4K로 새 단장해서 개봉해 새 시장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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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제' 등 고화질 고전 개봉 줄 이어
"시장 양극화 속 새 단장 고전영화로 승부"
옛 소련 감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1932~1986)의 유작 ‘희생’(1986)은 국내 예술영화 시장에서 이정표가 된 고전이다. 1995년 뒤늦게 국내 개봉해 관객 10만 명을 모았다. 영화계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였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한 유명 작가의 고투를 그린 난해한 영화 ‘희생’의 흥행은 이후 찾아올 예술영화 붐을 예고했다.
‘예술영화 중의 예술영화’로 꼽히는 ‘희생’이 29년 만에 4K 리마스터링으로 21일 재개봉한다. 4K 고화질의 ‘희생’이 국내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희생’은 예술영화의 전설로 통하나 느린 이야기 전개와 롱테이크(길게 찍기)의 연속 등 ‘진입장벽’이 높아 재개봉이 쉽지 않으리라 여겨진 작품이다. ‘희생’의 재개봉은 극장가에 최근 불고 있는 ‘4K 고전영화’ 재개봉 바람을 상징한다.
‘세 가지 색’ 3부작, ‘마지막 황제’도 재개봉
'4K 리마스터링'은 필름으로 만들어졌던 영화를 디지털 작업을 통해 고화질, 고음질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뜻한다. 4K는 화질의 정도를 뜻하는 용어로 요즘 주로 판매되는 TV의 화질로 보면 된다.
‘희생’뿐 아니다. 1990년대 중반 국내 관객의 주목을 받았던 폴란드 감독 크시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1941~1996)의 ‘세 가지 색’ 3부작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올해 새롭게 선보인다. ‘세 가지 색’ 3부작은 ‘블루’(1994)와 ‘화이트’(1994), ‘레드’(1995)로 구성돼 있다. 프랑스 국기에서 영감을 받아 자유와 평등, 박애를 각각 주제로 삼은 영화들로 유럽 통합에 대한 메타포를 담고 있다.
1988년 작품상과 감독상 등 아카데미상 8개 부문을 수상한 ‘마지막 황제’(1987) 4K 버전은 10월 재개봉할 예정이다. 청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1906~1967)의 인생유전을 다룬 영화로 88년 국내 개봉 당시 관객 100만 명을 동원한 것으로 추산되는 흥행작이다. 2015년 디지털 버전으로 개봉해 8,838명을 모았다.
연말에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4K 버전이 극장가를 찾는다. 일본 유명 감독 오시마 나기사(1932~2013)가 메가폰을 잡은 영국 일본 합작 영화로 영국 유명 가수 데이비드 보위(1947~2016)가 출연해 화제가 됐던 반전 영화다. 일본 대중문화 수입 금지 조치로 제작 당시에는 국내 상영될 수 없던 영화로 이번이 정식 개봉이다.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성공이 자극제
4K 리마스터링 고전 영화 재개봉 바람은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의 흥행 성공 영향이 크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중국 영화 ‘패왕별희’(1993)를 4K 리마스터링으로 업그레이드한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2020년 5월 재개봉해 10만2,205명을 모았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극장가를 다시 찾아 각각 1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렀다. 일본 영화 ‘큐어’(1997)도 4K 버전으로 2022년 정식 개봉해 3만 명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4K 고전영화의 잇단 개봉은 영화 수입사들의 새 활로 찾기에서 비롯된 면이 있기도 하다. ‘희생’과 ‘전장의 크리스마스’ 등을 수입한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최근 예술영화 시장에서 잘되는 영화에만 관객이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관객 충성도와 인지도가 있는 옛 영화를 4K로 새 단장해서 개봉해 새 시장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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